팽목항 찾은 김훈 "흐드러진 꽃들에 고통과 슬픔 더 참혹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동거차도에도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었고 산수유가 피었고 동백은 이미 그 전부터 피어 있더군요. 인간의 지옥 속에도 매일매일 꽃이 피고 또 꽃이 지고 있더군요. 인간의 슬픔이나 고통과는 아무런 관련 없이 저렇게 무자비하게 피었다가 졌다가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까 인간의 고통과 슬픔이 더 크고 참혹하게 느껴지더군요."
베스트셀러 작가 김훈(69)이 세월호 인양 현장을 찾았다. 작가는 30일 저녁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인터파크도서 주최로 열린 '북잼 콘서트'에 나와 팽목항과 동거차도에서 4박5일을 보내고 왔다며 소회를 밝혔다. 작가는 참사가 발생하고 반 년이 지난 2014년 10월에도 동료 문인들과 함께 팽목항에 다녀왔다.
작가는 미수습자 가족들과 대화하면서 사소한 것의 무서움과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전했다. 어떤 어머니는 "아이의 목소리와 몸 냄새가 그립다"고, 다른 어머니는 "'있다'는 말과 '없다'는 말이 이렇게 무섭게 다르다. 정말 건너갈 수 없는 벽이 있다"라고 했다. 작가는 "그 말씀을 들으면서 인간의 아름다움과 슬픔과 기쁨을 구성하는 것들은 저렇게 사소한 것이로구나, 있다와 없다의 차이, 말 한 마디의 차이가 무서운 운명을 인간에게 가르쳐주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해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날 돌아왔다는 작가는 "마치 우리가 알 수 없는 괴수가 죽어서 옆으로 쓰러져 끌어올려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상의 구체성에서 떠나는 언어들의 공허함, 그런 것들을 처절하게 느끼면서 서울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사소한 것들의 중요성, 된장찌개가 달달거리며 끓는 소리의 아름다움, 그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무섭고 참혹한 대가를 치러야 되는구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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