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영장심사 8시간40분 역대급 '대혈투'…내일 새벽 결론

입력 2017-03-30 19:15
수정 2017-03-30 22:40
박근혜 영장심사 8시간40분 역대급 '대혈투'…내일 새벽 결론

이재용 7시간30분 기록 경신…피의자석 앉아 직접 결백 호소

"298억 뇌물 등 사안 중대" vs "무리한 수사로 범죄 엮어"

뇌물죄가 향배 판가름 관측…내일 새벽 구속 여부 결정될듯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황재하 기자 =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법원에서 9시간 가까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이날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강부영(43·사법연수원 32기)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 11분까지 8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1997년 영장심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장 기록이다. 지난달 16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운 7시간 30분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강 판사는 심문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이례적으로 두차례나 휴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1시 6분부터 1시간여 휴정 시간에 경호원이 준비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휴식을 취했다. 이어 오후 4시 20분부터 15분간 두번째 휴정이 있었다. 이 부회장 영장심사 땐 오후 심문 도중 20분간 휴정됐다. 점심 시간은 별도로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일각에선 두차례 휴정에 대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법원은 "심문이 길어지면 재판장 재량에 따라 휴정을 할 수 있다"며 일축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가 있는 법대를 마주보고 4m가량 떨어진 피의자석에 앉았다.

영장심사에선 통상 심문 대상이 피의자로 호칭된다. 강 판사도 예우 차원에서 양해를 구하고 피의자로 호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심사는 검찰측에서 먼저 범죄사실 요지와 구속 필요성을 등을 주장하고 이어 변호인단이 반박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은 강 판사가 주요 혐의의 소명을 요구하자 결백을 호소하며 적극적으로 심문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쟁점인 뇌물 등의 범죄사실을 반박할 때는 목소리를 높이는 등 감정의 동요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심사가 진행된 서관 321호 법정은 검찰과 박 전 대통령측 간 일진일퇴의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투톱' 서울중앙지검 한웅재(47·연수원 28기) 형사8부장과 이원석(48·연수원 27기) 특수1부장, 수사관 4명 등 총 6명을 투입해 '배수진'을 쳤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전체 13개 혐의의 입증 정도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구속 수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298억원대 뇌물을 받은 죄질을 집중 부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뇌물죄 입증이 이번 영장심사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준비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검찰은 아울러 ▲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774억원대 출연 강요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 비협조적인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 퇴출 압박 ▲ 최순실(61)씨 사익 추구 지원 및 민간기업 인사 개입 등 대통령의 권한·지위를 남용해 헌정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판단한 사안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청와대·정부 관계자와 공범들이 대거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고 그동안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해온 태도 등에 비춰 증거인멸·도주의 우려가 없지 않다는 점 역시 주요 설득 논리였다.

검찰의 파상공세에 맞서 박 전 대통령측은 변호인단의 '사령탑'격인 유영하(55·연수원 24기) 변호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때 변호인단에 참여한 채명성(39·연수원 36기) 변호사로 방어진을 구축해 구속영장의 범죄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측은 유죄 판결시 형량이 가장 무거운 뇌물 혐의를 방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삼성에서 직접 자금을 받은 것은 최순실(61)씨로 박 전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뇌물죄로 엮었다는 게 변호인측 판단이다.

특히 삼성의 재단 출연금까지 뇌물로 본 것은 법리상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출연 당시에는 재단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뇌물을 받을 주체가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재단 출연금은 정부 시책에 따라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으로 이를 압박하거나 강요한 바 없으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도 보고받거나 지시한 바 전혀 없다고 방어막을 쳤다.

최씨의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사익 추구 행위에 협조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선 "모든 것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도록 지시했으며 누구를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의 파면으로 이미 정치적 사형 선고를 받은 전직 대통령을 구속 수감까지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이며 국격이나 국가적 위신을 고려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호소하는 등 심리전도 병행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영장심사 결과가 뇌물 등의 주요 범죄 사실의 입증 수준에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강 판사는 영장심사에서 다툰 내용과 12만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 및 증거자료, 변호인측 의견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31일 새벽께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최종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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