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듯 춤을 추었다…하재봉의 '땅고' 이야기

입력 2017-03-30 16:47
시를 쓰듯 춤을 추었다…하재봉의 '땅고' 이야기

신간 '오직 땅고만을 추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한국 저자의 책인 것 같은데 '오디세우스 다다'라는 저자명이 낯설고 독특하다.

저자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서로의 몸이 만나서 춤이 이루어지는 땅고(탱고·tango)의 세계에서는 국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이름이 중요하다. 특히 로마자를 쓰지 않는 아시아계는 스페인어나 로마자로 된 또 하나의 땅고 이름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디세우스는 땅고 세계에서의 이름이다."

신간 '오직 땅고만을 추었다'를 펴낸 오디세우스 다다는 다름 아닌 문화평론가 하재봉 씨다.

그는 2004년 탱고 세계에 입문한 뒤 지금까지 탱고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포털 동호회 '아트 탱고' 대표, 각종 탱고 페스티벌 감독, 장편 영화 '레드 탱고' 제작자, 명지대 사회교육원 탱고 지도교수 등 탱고와 관련해 맡은 역할도 많다.

2009년 'EBS 세계테마기행' 아르헨티나 편을 촬영하기 위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처음 방문한 이후 매년 같은 도시를 찾아 한두 달씩 체류하며 춤에 빠져 지내기도 한다.

그는 총 5부로 나뉘어 전개하는 이 책에 탱고의 기원에서부터 기술, 역사, 음악, 축제까지를 총망라했다.

춤에 대한 실용적인 입문서처럼 읽히기도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근현대사까지 풍부하게 담고 있는 이론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대중들이 끈적하고 관능적인 춤으로 인식하기 쉬운 탱고의 매력을 기술하는 데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그는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이성적 설렘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말초적인 성적 감정과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신 탱고를 "육체로 쓰는 영혼의 시", "3분 동안의 사랑" 등으로 바라본다. "서로에게 집중해야만 함께 세상을 걸을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 "차가운 긴장감과 로맨틱한 따듯함이 팽팽하게 공존"하는 춤이라고도 말한다.

그가 '탱고' 대신 스페인어 발음 그대로인 '땅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점도 특이하다. 그는 경쾌하고 밝은 댄스스포츠로서의 춤을 '탱고'로, 남미 대륙으로 이주한 유럽 이민자들의 애환을 담은, 관능과 정열, 향수를 담은 춤을 '땅고'로 구분해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난다. 296쪽. 1만4천800원.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