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안철수 급상승, 대선판도 변수 되나
(서울=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선 판도의 유력한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전 대표 지지율이 17.4%로 급등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안 전 대표가 2위로 복귀한 것은 10개월여 만이다. 아직 문 전 대표(35.2%)와는 상당한 격차이나, 순간순간 요동이 심한 선거의 속성에 비춰 대선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이번 조사에서 안 지사는 5.1%포인트 하락한 12.5%, 이재명 성남시장과 홍준표 경남지사는 각각 0.7%포인트, 1.8%포인트 하락한 9.5%, 7.7%를 기록했다. 안 전 대표의 부상은 호남과 부산·울산·경남 경선에서 잇따라 압승한 데 따른 컨벤션 효과로 분석된다.
민주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선출될 경우 안 지사 지지층의 22.5%, 이 시장 지지층의 39.2%만 문 전 대표 쪽으로 돌아설 것으로 나타났다. 경선 과정에서 쌓인 후보들 간 갈등과 앙금의 후유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안 지사 지지층 가운데 39.2%는 유보층으로 돌아서고, 19%는 안 전 대표로 향했다. 안 전 지사 지지층에 대한 흡인력만 보면, 안 전 대표가 현재 지지율을 상회하는 강점을 가진 셈이다. 안 전 대표의 확장성을 주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종 결정되면 당내 비문(비문재인) 세력이 안 전 대표 쪽으로 옮겨가거나, 보수층이 가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의 대북·안보관에 대한 불안감이 큰 마당에, 보수층이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안 전 대표를 지목하게 되면 대선 가변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도·보수 후보의 단일화 기류도 중요한 변수다. 안 전 대표-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문 전 대표의 독주 구도는 와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은 문 전 대표 측이 자초한 것일 수 있다. '집토끼'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편 가르기' 인상을 부각해 확장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비문 인사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자'며 자신의 핸드폰 번호까지 걸어 놓은 페이스북 글을 공개하기도 했다. 안 지사가 "30년간 민주당에 충성해온 나를 하루아침에 무원칙 배신자로 만드는 게 30년 동지의 우정일 수 있느냐"고 작심 비판한 이유도 이런 데 있을 것 같다. 북한의 노골적인 핵·미사일 도발과 중국의 고압적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압력에도 불구하고, 차기 정권에서 사드배치를 다시 논의하자느니,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느니 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국민의 안보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문 전 대표에 대한 호감(47%)보다 비호감(50%) 비율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새겨봐야 한다. 안 전 대표도, 안보는 보수를 지향한다고 하나 당은 여전히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있고, 사드배치를 놓고도 당과 노선이 다르다. 안 전 대표는 이런 모순을 얼렁뚱땅 넘기려 하지 말고 당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 명확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 보수 후보들과의 단일화 여부를 떠나 이런 부분에서 선명해지지 않고는 상승세에 스스로 제동을 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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