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硏 "北, 마약제조범에 사형 추가…생명권 위협 심각"(종합)
내달 '북한인권백서 2017' 발간…"주민 300명 공개처형 참관시켜"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 당국이 최근 사형이 가능한 죄목을 늘리고 공개 처형을 지속하는 등 주민들의 생명권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통일·북한 문제를 다루는 통일연구원은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발간되는 '북한인권백서 2017'에 이런 내용을 수록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3년 형법을 개정하면서 '비법(불법) 아편재배·마약·독성물질 제조죄'(206조)에 대해 가해지는 법정형에 사형을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의 2012년 5월 개정 형법은 해당 죄목에 대해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 정상이 무거운 경우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개정 형법은 대량의 아편재배·마약제조범 가운데 정상이 특히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까지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북한은 아울러 2015년 별도의 '독성물질취급법'을 제정하고, 여기에 불법 독성물질 제조에 대한 형벌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경옥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장은 "기존 북한 형법은 총 7개 범죄에 대해 사형을 규정했으나, (개정을 통해) 총 8개로 늘어났다"며 "아편 재배나 마약 제조를 사형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해석에 어긋나는 것으로 생명권 보장 측면에서 후퇴한 법 개정"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형법은 사형 대상 범죄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을뿐더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 고위급 인사에 대한 처형도 계속되고 있다고 연구원 측은 지적했다.
강제로 주민들에게 사형 집행장면을 참관시키는 사례도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다고 연구원은 밝혔다.
양강도에 거주했던 한 탈북민은 2014년 8월에 300여 명의 마을 주민이 지시에 따라 운동장에 모여 공개재판·처형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국경 지역에서 탈북에 대한 감시·통제도 지난 2015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대폭 강화되는 추세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 시기부터 국경경비대 초소를 중심으로 탈북을 막기 위한 고압전선 작업이 이뤄졌다. 종전에 탈북이 용이했던 양강도 삼지연군(郡)에서는 당국이 국경 인근 200세대가량을 강제 철거하고 이주시켰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동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탈북을 의미하는 비법국경출입죄가 2015년 8월을 기점으로 대사(大赦·사면)가 적용되지 않는 죄로 새롭게 분류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와 관련 "김정은 집권 이후 국경지역 감시 및 사회통제가 이전보다 강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금 시설에서도 인권침해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제 송환자들이 주로 수용된 국경 지역 보위부 구류장에서는 불에서 꺼낸 장작으로 구타하거나 고정자세 강요·수면방해 등 심각한 가혹 행위가 벌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번 백서에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리비아, 러시아, 중국 등지에 파견된 북한 해외노동자의 인권 실태도 수록됐다.
임예준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 해외 노동자의 상황이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한 강제노동 관련 지표 가운데 ▲부채로 인한 결박 ▲임금 연체 ▲신분증의 압수 ▲취약성의 악의적인 이용 등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올해 북한인권백서는 최근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 196명과의 심층 면접을 토대로 한 것이다.
통일연구원은 지난 1996년부터 매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올해 북한인권백서 국문판은 다음 달 중, 영문판은 6월 말 발간될 예정이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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