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영장심사에 시민들 "안타깝지만 불가피"

입력 2017-03-30 10:46
수정 2017-03-30 22:30
전직 대통령 영장심사에 시민들 "안타깝지만 불가피"

"개인의 구속 환영하진 않지만 사법판단 당연"…보수단체 "파면과 구속은 별개"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이효석 기자 = 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법원에서 직접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며 시민들은 안타까우면서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30일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나타냈다.

전국 팔도 민심이 모이는 서울역에 나온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역사 내 대합실에 마련된 텔레비전 앞은 여느 때보다 북적였다. 상당수 시민은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화면을 유심히 지켜봤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 나와 차에 타고 법원까지 이동한 다음 법원에서 내리는 약 9분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멈추다시피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원에 들어간 이후 장·노년층 시민들 사이에선 "구속은 무슨 구속이야, 법관들이 이러면 안돼"라며 투덜대는 소리도 들렸다.

지인을 기다린다는 김모(67)씨는 "탄핵은 도의적으로 맞지만 이건 부당하다고 본다"며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 분노는 인정하나 박근혜 개인이 착복한 것이 밝혀진 바가 없지 않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출장을 떠나는 황모(28)씨는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며 "구속 여부는 법원에서 잘 판단하겠지만, 나는 구속돼야 맞다고 생각한다.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고 배웠다. 앞으로 대통령을 할 사람들도 이번 사태를 보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에서 온 김모(57)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울 뿐"이라며 "누가 대통령이 돼도 똑같았고 앞으로도 똑같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나라 망신이고 세계적으로 창피하다"고 아쉬워했다.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주장해 온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혐의가 13가지나 되고 검찰, 특별검사팀, 헌법재판소 등에서 대부분 사실관계가 파악된 것"이라며 "부하와 종범이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최고 책임자가 구속되지 않으면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말했다.

안 처장은 "한 개인의 구속수감을 환영하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엄정히 처리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제이므로 국민이 법원을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라며 "사법적인 판단을 피해 갈 수는 없으므로 영장 청구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박 전 대통령이 스스로 출석하겠다고 한 이상 더는 거짓말하거나 부인하지 말고 정직하게 진실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예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들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불구속 수사'라는 최소한의 예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배격했다.

안 처장은 "헌법이 특수한 신분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잘못된 주장"이라며 "전직 대통령도 구속 사유가 있으면 구속하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상징했던 '무권유죄, 유권무죄'라는 잘못된 통념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인권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누구를 구속하라고 하는 것은 조금 안타깝다"면서도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지만 그동안 최순실과의 대포폰 통화 등 오히려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형사소송법에 구속 여부에 대한 조건이 있으므로 엄밀히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헌재의 파면 결정은 법적 측면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이므로 법원의 판단과는 다르다고 본다"며 "법원은 증거를 토대로 검찰이 어느 정도 준비했는지 본다. 파면과 구속이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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