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트럼프, 北과 외교적 협상할 것으로 생각"(종합)

입력 2017-03-30 10:32
태영호 "트럼프, 北과 외교적 협상할 것으로 생각"(종합)

"트럼프 하고 싶은 말 다하는데 대북정책에는 신중"

"北정권 붕괴위해 행동해야, 내부는 썩어가고 있다"

"김정남 시신, 北으로 갈 것…北, 과거 역적간부 관꺼내 총격"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제재, 강경정책을 준비하는 것은 맞지만, 북한과 외교적 협상을 하려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30일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공개 초청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지만, 대북정책을 정확히 말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보면 하고 싶은 말은 다하는데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나오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이제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면서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해 100m를 달려야 한다면 북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30m까지 왔다, 이를 100m까지 진전시키려면 자료를 만들고 뿌려서 계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의 자각에 의한 김정은 체제 붕괴를 위해 외부에서의 정보유입 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태 전 공사는 구(舊) 소련과 동유럽 붕괴, 베를린 장벽의 붕괴 등을 거론하면서 "공산정권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무너진 것"이라면서 "사람들의 의식변화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장마당에 대해서는 "날이 가면 갈수록 북한 정권과 주민들을 점점 분리하고, 주민들에게 내 생계는 내가 꾸려간다는 권리 의식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익 위주의 남한 내 통일문제 접근법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통일을 하지 않으면,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통일문제는 우리의 생사 문제로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남한을 향한 김정은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김정은도 사람인데 설마 핵무기를 쓰겠냐고 하는데, 김정은의 속성을 한번 생각해보라"면서 "자기 친척도 모욕해서 처형하는데 한국 국민에게 쓰는 것을 망설이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의 숙청, 공포정치와 관련해 "의심증, 편집증으로 걸핏하면 간부들을 숙청하는 것"이라면서 "공포통치는 김정은으로부터 엘리트층을 멀어지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겉으로는 공고해 보이지만 내부는 썩어들어가고 있고, 내리막길로 가고 있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독살과 관련, 이른바 '곁가지론'에 따라 장남이 세습을 유지해온 북한 체제에서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으로서는 "(김정남의 존재가) 가장 큰 콤플렉스였다"면서 "김정은으로서는 이복형을 빨리 없애버려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주민들은 김정남의 존재를 몰랐는데 김정은에 형이 있었다는 사실이 북한에 점점 알려지면 "북한 사람들이 의문을 갖지 않겠느냐. 그런 사실이 퍼지는 날에는 김정은의 (권력) 정체성과 명분에 큰 파장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국제공항에서 독살된 김정남의 시신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정남의 묘가 해외에 있으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꼭 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90년대 말에 북한에서 생전에 김일성에 반대하는 역적 행위를 했다는 자료가 발견돼 사망한 간부의 묘를 다시 꺼내 관에다 총을 쏘고 다시 파묻은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말레이시아가 원칙대로 시신을 가족에게 넘긴다면 중국으로 가게 되는데 중국이 시신을 못 받겠다고 하면 결국 북한으로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추정하건대 중국을 방문했던 리길성 외무성 부상(차관급)이 중국 측으로부터 (김정남 시신 문제와 관련) 도와주겠다는 답변을 받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함께 망명한 2명의 아들 등 가족의 근황에 관해 "잘 지내고 있다. 아이들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고, 한국의 사회 문화를 잘 몰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