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재판이 급해"…브라질 룰라 대선행보 '신중모드'로 전환
좌파 노동자당 대선후보 확정 일정 늦춰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2018년 대선 행보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와 돈세탁 등 혐의로 연방검찰에 의해 모두 5차례 기소됐으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부패혐의가 인정돼 실형이 선고되면 대선 출마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29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노동자당 지도부는 룰라를 일찌감치 2018년 대선후보로 확정하려던 전략을 바꿔 재판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대선 캠페인을 서두르는 모습이 재판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노동자당은 대선후보 확정 시기를 애초의 4월 초에서 6월로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룰라는 노동자당 대표 경선에 나서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 대비하고 2018년 대선에 전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룰라는 대중집회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면서 2018년 대선 출마 의사를 거듭 확인하고 있다.
지난 19일 북동부 몬테이루 시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자신의 대선 출마를 저지하려는 우파진영을 맹비난하면서 사실상 대선 출정식을 치렀다.
룰라는 "그들은 내가 브라질 국민에게 일자리와 소득 증대의 꿈을 실현해줄 것을 알기 때문에 대선 후보가 되지 않도록 신에게 빌고 있을 것"이라면서 "2018년 대선에 출마하면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전국농업노동자회의에서는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정부가 경제 회생을 명분으로 외국인의 토지 매입을 대폭 허용하려는 것과 관련, "우리의 땅을 팔고 얼마 후에는 바다도 팔아버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좌파정권에서 이룬 인권 개선과 노동자 권리 증진 등 사회적 성과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서는 룰라의 재집권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의향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룰라는 16.6%를 얻었다. 다른 후보들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득표율 1∼2위 후보를 놓고 결선투표가 치러지면 룰라는 모든 후보를 상대로 승리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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