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터키 스파이' 경계령…獨·스위스 공론화
스위스에서는 정보요원 3배로 늘려…사찰 의혹 제기
독일, 장관이 직접 경고…장기집권 개헌 성공하면 정보기관 확대 가능성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독일과 스위스에서 잇따라 터키 스파이가 언론을 통해 사회 이슈로 떠오르면서 유럽 내에서 이 문제가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다음 달 16일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하는 터키가 외국에서 자국민을 사찰한다는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스위스 공영 SRF는 28일(현지시간) 2012년까지 터키 정보기관 MIT에서 근무한 전직 요원을 인터뷰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알리'라는 가명으로 불린 이 30대 남성은 스위스에서 수공예 기술을 배우면서 영주권을 취득했고 2006년 MIT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취득한 정보는 터키 정부에 직보됐다"며 "상관은 주스위스대사관 소속으로 대사관 리무진을 이용했지만 고용된 정보원들은 대사관에서 근무하면서도 대사관 정식 직원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주로 급진 정당 당원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게 그의 임무였다. 그가 집회·시위, 축제, 노동절 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터키 정치 조직 리더들과 접촉하면 그의 상관이 원거리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그는 작년 터키에서 쿠데타 시도가 실패하기 전까지는 스위스에 15명의 정보원이 활동했지만 이후 40∼5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주스위스 터키 대사관이나 스위스 연방정보부(FIS)는 SRF 보도에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연방의회에서는 다음 주 터키의 스파이 행위를 주요 의제로 다루기로 했다.
한편 스위스 검찰은 최근 정치 스파이 혐의로 터키 커뮤니티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식 확인해줬고 상원의원은 스파이 혐의로 터키인 단체 2곳을 고발한 일도 있었다.
슈피겔온라인도 28일자 보도에서 MIT가 독일 내 터키인들을 사찰한 혐의로 독일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고 전했다.
토마스 대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독일 안에서 이뤄지는 사찰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면서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터키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국가다. 대략 160만명의 터키인이 독일에 살고 있다.
스위스에는 6만8천명 정도가 거주하는 데 비정부기구, 시민단체와 교류하는 국제기구가 많이 이런 단체에서 활동하는 터키인들이 타킷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장기집권 발판을 마련하게 되면 독일, 스위스 외 터키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유럽 국가에서 MIT의 활동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최근에는 개헌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 개헌을 추진하는 터키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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