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인 "김정은 지시 없었다면 김정남 암살 불가능"
고미 도쿄신문 편집위원…과거에도 5차례나 암살시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김정남과 오랫 동안 교류해 주목을 받고 있는 고미 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편집위원이 29일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직접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고미 편집위원은 이날 동아시아종합연구소가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가쿠시(學士)회관에서 개최한 강연회에서 "정찰총국장이라도 (김일성의 피를 이어받은) 백두혈통인 사람을 무단으로 살해하면 도리어 숙청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적어도 (이번 암살에) 김정은의 허가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남 암살 배경에 대해 그가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세우려 한 혁명 정부와 관계가 있었다는 얘기도 있고, 북한 내 테러를 담당하는 조직의 동요 가능성도 있지만 암살과 명확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없다면서 다만 김정남에 대한 암살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김정남 암살 시도는 모두 5차례로, 이중 적어도 2004년 오스트리아에서 벌어진 암살 시도는 일본 정부 관계자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은 김정남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다.
그가 소개한 다른 암살 시도는 2011년 싱가포르의 독살 미수, 2012년 말레이시아의 호텔 방화, 2012년 중국 베이징(北京)의 차량 폭파, 2015년 중국 여행 중 독극물 살해 미수다.
고미 편집위원은 김정남과 가장 많이 접촉한 언론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1년 1월과 그해 5월, 다음 해 1월 3차례에 걸쳐 7시간 동안 인터뷰했고 150회 가량 이메일을 주고받아 이듬해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그는 "책 출판 후 김정남과의 연락이 끊겼다. 계속 접촉을 시도했지만 '장남(김한솔)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더 말을 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며 "뭔가 할 말이 있을 수 있겠다 싶어서 접촉을 하려던 중 살해 사건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고미 위원은 책 출간 이후에는 김정남과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접촉을 시도하던 중 주변 사람들로부터 김정남의 행적에 대한 얘기는 들을 수는 있었다.
그는 김정남이 싱가포르 등에서 한국 혹은 일본 고급 음식점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고 어떤 때에는 장남 김한솔과 동행하기도 했다며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기는 것을 좋아했지만 김정은이나 북한 상황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정보통신(IT) 등과 관련해 4개의 업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말레이시아에서의 비즈니스가 그다지 돈이 안된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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