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IT 앞세워 동남아서 '금융한류' 주도
8개국에 증시 시스템 수출…자본시장 컨설팅·증시현대화도 지원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한국거래소(KRX)가 선진 정보기술(IT)을 앞세워 동남아를 중심으로 '금융 한류'를 이끌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2007년 말레이시아 채권매매시스템을 시작으로 8개국에 14건의 증시 관련 IT시스템을 수출했다고 31일 밝혔다.
2011년에는 라오스 중앙은행과 공동 출자를 통한 합작거래소를 설립했고, 이듬해에는 캄보디아 재경부와 함께 현지 합작거래소를 만들었다.
지난해 8월 우즈베키스탄에 법규와 제도개선, 거래소 운영과 관련한 자문을 한 이후 IT시스템을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베트남 호찌민거래소와 하노이거래소, 베트남예탁원 등 3개 기관과 계약하고 매매체결, 시장감시, 청산결제, 예탁등록 등 시스템 구축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IT시스템 수출로 벌어들인 수익만 830억원에 달한다.
시스템 수출 건수로 따지면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 런던증권거래소, 독일증권거래소에 이은 세계 5위다.
이런 사업으로 한국거래소가 보유한 외국 거래소 지분은 라오스 49%, 캄보디아 45%, 우즈베키스탄 25% 등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선진 IT와 결합한 한국형 증시 인프라는 외국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시스템 수출은 국내 금융업계나 IT업계, 법무법인의 외국 진출 등 후속 사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 8곳과 자산운용사 5곳이 베트남에 진출한 것은 IT시스템 수출이 계기가 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자본시장 발전 경험을 신흥국과 공유하는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1996년 베트남 증권거래소 설립 지원사업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루마니아, 몽골, 우크라이나에서 증권시장이나 파생상품시장 설립, 시장 활성화에 관한 컨설팅과 전문 인력 양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신흥국과 자원보유국을 중심으로 경제개발 정책이 확대되면서 증권시장 설립이나 증시 현대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한국거래소의 외국 진출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동남아시아에 집중된 IT시스템 수출을 중동과 동유럽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분투자와 증시 제도 컨설팅은 물론 금융 ODA(공적개발원조)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흥 시장을 놓고 글로벌 경쟁업체의 진출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정부 출연 국제기구의 금융분야 ODA예산을 확충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융 인프라 수출기관을 전략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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