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노동체제, 비정규직에 가혹…기소권 갖춘 근로감독청 필요"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동 3대학회 토론회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1987년 민주화를 계기로 형성된 '87년 노동체제'가 비정규직 증가 등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 분야 3대 학회인 한국노동법학회·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한국노동경제학회 공동주최, 고용노동부 후원으로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87년 노동체제 30년과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서 발제를 맡아 이와 같이 주장했다.
도 교수는 발제문에서 "87년 노동체제 30년은 비정규 근로자들에게 가혹한 현실을 떠넘겼다"며 "그런데도 지금 노·사·정은 국가 수준의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행 노동법이 87년 당시의 고용형태에 기초해 만들어졌으며 몇 차례의 개정은 고용 유연화 정책을 관철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을 뿐 비정규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향상은 후순위로 밀려나곤 했다고 지적했다.
도 교수는 "노동법은 노사관계의 현실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이를 도외시하는 노동법은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며 "비정규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실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근로자 보호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인 1998∼2005년을 87년 노동체제의 '쇠퇴기'로 규정했다. 이 시기에 구조조정 등 과정에서 사라진 정규직 일자리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의해 채워졌고, 경제성장·회복 이후에도 '좋은 일자리'는 복원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시기에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했고, 비정규직 문제가 노동시장뿐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도 언급했다.
도 교수는 절반에 가까운 비정규 근로자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이들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의 이행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일반 고용노동 행정에서 분리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근로감독청을 신설하고 여기에 노동검사를 둬 수사·기소권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사회보장법원을 설치해 비정규 영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노동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노동위원회도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함께 발제를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기업 노조와 사용자의 합리적 양보를 바탕으로 정상(頂上)기업의 경영성과가 하청기업으로 수혈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또 최저임금의 과감한 인상을 통해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안전을 도모하고 '좀비' 상태의 한계기업을 정리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장호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로운 노동현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자본주의의 윤리적 제방 기능을 할 새로운 노동체제 패러다임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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