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무대책에 시민들 '뿔났다'…각자 공부하고 대비하고
'환경 비용' 온전히 시민 부담…"정부·지자체 무책임 일관"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직장인 황모(35·경기도 고양시)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할 때마다 화가 난다.
수치는 낮아질 줄을 모르고, 소모품으로 쓰는 방진 마스크 비용은 점점 늘어가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개당 삼사천원씩 하는 마스크가 너무 비싼 것 같아서, 최근에는 대형마트에서 아예 박스로 5만 원어치를 구매해 가족들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 우려가 높아가면서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많은 시민이 호흡기와 기관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 마스크나 공기청정기 등을 사야하는데 이런 환경오염 피해 비용을 온전히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양주시 삼송동에 사는 송모(42)씨는 최근 갓 돌이 지난 막내아들을 위해 집안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놨다가 한 달 만에 반납했다. 매달 3만여원씩 드는 임대 비용을 감당할 만큼 그 효과를 체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송씨는 "자녀가 셋이라 야외에서 이동할 때 걱정이 돼 대신 차량용 공기필터 교체주기를 더 짧게 하기로 했다"며 "미세먼지로 인해 외출도 어렵고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비용도 비용인 데다 시민들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도 못 미더워 결국 스스로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대비하는 실정이다.
지난 29일 현재 네이버 카페 '미세먼지 해결 시민 본부'에 가입한 네티즌은 2천700여명이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누리꾼들은 미세먼지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나 앱, 언론보도와 정부 정책 등을 공유한다.
카페에는 차량용 공기필터를 구매해 집 베란다 창문 등에 부착하는 '미세먼지 예방 팁'까지 소개되고 있다. 한마디로 살기 위해 '공부'까지 하는 셈이다.
학교보건법을 강화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전 학교의 야외수업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이곳에서 개진된 의견들은 대선 공약으로까지 추진되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나 지자체는 당장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기환경 전광판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미세먼지 경보제를 운영하는 것이나 대응요령 안내문을 배포하는 것, 그리고 대기오염 측정소를 확대·신설하는 것 등은 모두 사후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거나 외출 시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안내하는 게 대책의 전부인 것 같아 너무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 김모(33·여)씨는 "미세먼지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왜 이렇게 갑자기 심각해졌는지 등 궁금한 게 많은데, 속 시원하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뚜렷한 해결책도 내놓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측정소도 완비되지 않았다. 경기북부 관내에는 대기오염 측정소가 모두 17곳이 있다. 시·군별로 1∼3곳씩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측정소가 있다고 해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를 모두 측정할 수 있는 건 아니며, 구나 동 단위로 나눠 보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남양주시 측정소 2곳은 각각 PM2.5 장비가 없거나 아직 들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PM2.5의 경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됐다"며 "올해 안에는 경기도 전 시·군에서 다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고양시 일산서구에 사는 송은하(31·여)씨는 "포털사이트에서 미세먼지 정보를 찾기 위해 내가 사는 주엽2동을 검색하면 '관측소 없음'이라고 뜬다"면서 "서울에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정보에서 소외되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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