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장의사부부 살인' 후 필리핀 도피한 공범 징역 17년

입력 2017-03-29 17:28
17년전 '장의사부부 살인' 후 필리핀 도피한 공범 징역 17년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17년 전 장의사 부부 살해에 가담하고 필리핀으로 달아났던 범인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김양섭 부장판사)는 살인과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모(47)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강씨는 주범 이모(50)씨와 함께 2000년 11월 10일 경기 가평의 한 야산으로 장의업자 조모(당시 39)씨와 그의 부인(당시 32)을 유인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앞서 그해 7월 "친구가 일하는 병원 영안실의 운영권을 따주겠다"며 피해자들로부터 1억1천300만원을 받은 상태였다. 피해자들이 정식 계약을 재촉하자 이씨는 교도소에서 만나 알고 지냈던 강씨와 공모해 이들 부부를 살해했다.

이씨는 범행 직후 검거돼 사형을 선고받았고 현재 복역 중이다. 강씨는 필리핀 만다나오 섬으로 밀항해 가명을 쓰면서 16년 동안 법망을 벗어났다.

한국 경찰은 지난해 4월 필리핀 현지 파견경찰 '코리안데스크'를 충원해 추적에 나섰고, 8월 현지 사법당국과 공조해 세부의 한 콘도에 머무르던 강씨 체포에 성공했다.

이씨는 강씨 재판의 증인으로 나와 "강씨와 공모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강씨도 "범행 장소까지 차를 운전해 간 다음 피해자의 다리를 야구방망이로 몇 대 때렸을 뿐 살인이나 시체 유기를 공모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체격이나 시체 유기 방법 등을 볼 때 이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씨가 강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처벌받지 않게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강씨는 피해자와 원한 관계가 없음에도 경제적 목적으로 범행에 동참, 피해자들을 무참히 살해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필리핀에서 경찰에 붙잡혀 이송될 때까지 16년간 도주했으며 당시 8세였던 피해자 부부의 아이는 졸지에 고아가 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크나큰 고통이 있었다"면서 "사죄나 손해배상 노력을 하지 않았고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아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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