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인데, 경찰인데" 수사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제주서 활개

입력 2017-03-29 14:05
수정 2017-03-29 14:27
"검찰인데, 경찰인데" 수사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제주서 활개

최근 9일 만에 7건 1억6천만원 피해·22건 미수…경찰, 주의 당부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중국에 본거지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 전화금융사기단(보이스피싱)이 최근 제주에서 집중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9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9일간 제주에서 29건의 비슷한 수법의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 중 22건은 전화를 받은 피해자의 침착한 대응과 경찰·금융기관의 도움으로 범행이 미수에 그쳐 피해를 막았다.

그러나 7건은 범죄 피해로 이어져 피해액이 1억6천415만원에 이른다.



피해액이 발생한 범죄 피해자 연령대는 70대 4명, 60대 1명 등 대부분 고령이나 20대도 2명이 있다.

28일 오후에는 보이스피싱 행동책인 중국인 류모(21·검거)씨가 제주시 이도2동에 사는 김모(71)씨의 집에서 김씨가 보이스피싱에 속아 예금을 인출해 보관해둔 2천100여만원을 가져갔다.

중국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보이스피싱 콜센터의 유인책은 수사기관을 사칭,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가 범죄에 노출됐다. 전액 인출해 집 냉장고에 보관하라"고 거짓말을 했고, 김씨는 이에 속아 넘어가 예금을 인출해 집에 보관해뒀다.



콜센터 유인책은 이어 김씨를 잠시 밖으로 나오게 유인, 집을 비우게 했고 그사이 행동책인 류씨가 집에 침입, 현금을 들고 나왔다.

행동책 류씨는 자신의 수수료 100여만원을 제외한 피해액을 제주시내 한 환전상을 통해 중국으로 송금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28일 당일에만 비슷한 수법으로 도내 전역에 걸쳐 15건의 보이스피싱 미수사건이 발생했다.

서귀포시에서 발생한 미수사건 1건의 행동책 중국인 천모(21)씨도 당일 오후 피해자의 신고로 집 근처에서 잠복하던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번 보이스피싱 범죄단이 중국 콜센터를 중심으로 행동책, 송금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행동책 4명이 검거됐으나 아직 도내에 다수의 행동책이 남아 추가 범행을 할 수 있다고도 보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상정 제주지방경찰청장은 서한문을 통해 "수사기관은 어떤 상황에서도 돈을 직접 송금하라고 하거나 인출하라고 하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으면 일단 끊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ko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