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입맛 돋우는 냉이·쑥 함부로 캐 먹으면 위험천만

입력 2017-04-01 09:17
봄철 입맛 돋우는 냉이·쑥 함부로 캐 먹으면 위험천만

도로·하천변 봄나물 납·카드뮴 성분 기준치 초과

데치거나 씻어도 중금속 그대로 남아 인체에 위험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향긋한 기운을 풍기는 냉이나 쑥, 민들레 등 봄나물이 도시민을 유혹하는 계절이다.



논둑이나 밭둑, 과수원 주변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물을 캐며 한가롭게 볕 좋은 봄을 즐기는 모습도 봄철 흔히 볼 수 있다.

제철 봄나물은 비타민이나 무기질이 풍부해 겨우내 움츠러든 면역력을 높일 수 있고 잃었던 입맛도 돋워준다.

춘곤증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곳에서나 캔 봄나물을 조리해 식탁에 올렸다가는 오히려 큰 탈이 날 수 있다.

도로나 하천 변에서 자란 봄나물에는 중금속 성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약이야 물로 깨끗이 씻으면 제거할 수 있지만 뿌리를 통해 흡수된 중금속은 씻겨 나가지 않는다.

2015년 3∼4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봄나물을 채취,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위험성이 확인됐다.

시료는 도심 하천이나 도로변에서 자란 나물 377건과 야산·들녘에서 채취한 나물 73건이었다.

야산이나 들녘에서 캔 73건의 나물 시료는 검사 결과 모두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원이 거의 없는 자연에서 자란 만큼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도심에서 채취한 나물에서는 중금속인 납·카드뮴 성분이 검출됐는데 특히 9.8%(37건)는 농산물 중금속 허용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암연구소는 납을 발암 가능물질로, 카드뮴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식약처가 고시한 쑥과 냉이, 민들레의 납·카드뮴 허용 기준은 각 0.3ppm, 0.2ppm이고, 달래와 돌나물은 0.1ppm, 0.05ppm이다.

부적합 시료에서 확인된 봄나물에서 납은 최고 1.4ppm까지 검출됐고 카드뮴은 최고 0.4ppm에 달했다.

납에 중독되면 빈혈, 신장·생식 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카드뮴은 호흡기·위장·신장 장애를 초래한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37건의 봄나물이 채취된 곳은 도로변(20건), 하천변(12건), 공원·유원지(3건), 공단 주변(2건) 순이다.

검출된 중금속은 폐광산 등에서 흘러나오는 카드뮴(4건)보다는 납(33건)이 월등히 많다.

야생 봄나물을 중금속에 오염시키는 주범이 자동차 배기가스라는 점을 보여준다.



배기가스에 포함된 납 성분이 해를 거듭해 토양을 오염시키고, 그렇게 쌓인 중금속이 뿌리를 통해 야생 봄나물에 축적된다. 하천 주변 역시 마찬가지인데, 중금속이 빗물에 섞여 하천으로 스며들면서 자연스럽게 야생 봄나물이 오염되는 것이다.

이런 검사 결과는 시기를 달리해도 마찬가지다.

식약처가 2013년 3∼4월 조사했을 때도 491건의 시료 중 5.9%(29건)의 중금속 오염도가 기준치를 넘어 섰다.

서울시가 작년 3∼4월 한강과 도로·하천변에서 자라는 쑥과 냉이를 분석했을 때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중금속이 미량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가에서 생산해 시중에 유통되는 봄나물은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이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중금속에 노출될 위험이 거의 없다.

그러나 봄나들이 나갔다가 채취한 야생 봄나물은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없어 '중금속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가족의 봄철 입맛을 생각하더라도 도로·하천변이나 공단 주변에서 캔 야생 봄나물을 식탁에 올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충북 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봄나물을 끓는 물에 데치거나 깨끗이 씻어 건조한다고 해도 중금속 성분은 그대로 남는다"며 "오염 우려 지역의 야생 봄나물은 채취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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