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인도차이나 호랑이, 태국 정글서 되살아났다
지난해 어미 4마리·새끼 6마리 발견…15년 만에 야생번식 확인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전 세계적으로 220여 마리만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멸종위기의 인도차이나 호랑이가 15년 만에 야생 상태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29일 보도했다.
태국 국립공원 당국과 동물보호단체들은 지난해 동부지역 정글에 설치된 카메라에 인도차이나 호랑이 어미 4마리와 새끼 6마리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야생 상태에서 호랑이 가족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번식하는 것이 확인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15년 만이다.
호랑이 보호단체인 판테라의 존 굿리치 이사는 "태국 동부지역에서 호랑이의 번식이 다시 확인된 것은 사실상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인도차이나 호랑이는 벵골 호랑이나 시베리아 호랑이보다 몸집이 작은 9개 호랑이 아종(亞種) 가운데 하나로, 과거에는 베트남·라오스·캄보디아· 태국·미얀마·중국 남부 등에 걸쳐 분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 미얀마와 태국 등 2개국에 221마리 정도만 남아 있는 멸종위기종이다.
동물학자들은 불법 포획과 벌목에 의한 서식지 축소 등으로 중국 남부와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등지에서는 사실상 인도차이나 호랑이가 멸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태국과 라오스 등지에서 호랑이를 이용해 돈벌이하는 농장들이 불법 포획을 부추겼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밀렵으로 인해 1세기 전 전 세계적으로 10만 마리에 달했던 야생 호랑이 개체 수는 현재 3천900마리로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태국 정부가 추진해온 밀렵 방지 노력이 야생 호랑이의 자연 번식 재개에 큰 역할을 했다고 동물보호단체는 평가했다.
동물보호단체 프리랜드의 크라이삭 춘하판 회장은 "태국 정부가 이룬 호랑이 보호의 성과를 앞으로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며 "불법매매가 성행하는 한 호랑이는 계속 멸종위기 상태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