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의 풍광 속에 변주된 '여자의 일생'

입력 2017-03-29 09:09
노르망디의 풍광 속에 변주된 '여자의 일생'

모파상 장편소설 각색한 프랑스 영화 내달 6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인생은 생각만큼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한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 남작 가문의 외동딸 잔느. 기숙 학교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스무 살의 잔느는 자신에게 세례를 해 준 신부의 소개로 청년 줄리앙을 만난다.

부친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집안의 저택을 팔고 노르망디로 이사 온 줄리앙은 잔느와 평생 사랑을 맹세하고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인다.

하지만 달콤한 신혼도 잠시, 하녀 로잘리와 남편 줄리앙의 배신을 시작으로 잔느에게 시련이 하나 둘 닥쳐온다.

프랑스 사실주의 작가 모파상의 첫 장편 소설인 '여자의 일생'은 행복한 삶을 꿈꿨던 순수한 여인 잔느가 겪게 되는 인생의 굴곡을 그린 작품이다.

이 19세기 고전을 스크린으로 옮긴 '여자의 일생'은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다. 하지만 다양한 영화적 기법과 각색을 거쳐 방대한 원작을 스크린 위에 펼쳐낸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모든 장면을 잔느의 시점에서 보여주면서 잔느가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를 사용해 현재와 과거를 끊임없이 오간다. 이렇게 시간적으로 여러 겹 겹쳐 있는 구조를 통해 27년에 걸친 잔느의 삶을 두 시간으로 압축한다.

스테판 브리제 감독은 "우리의 현재는 과거로부터의 기대감과 미래에 대한 예상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변화한다.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의 연속이 아닌 것이다"며 "이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1:2.35 비율의 현대적인 와이드 스크린 대신 전통적인 35mm 표준규격필름 비율인 1.33:1의 스크린을 채택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잔느를 도망치기 어려운 비좁은 상자 안에 가둔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감독은 설명한다. 와이드 스크린 위에 투영되는 좁은 화면은 마치 액자와 같아 잔느가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와도 어울려 보인다. 하지만 넓은 화면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상영 내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배경이 된 노르망디의 아름다운 자연이다.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르망디의 산과 들, 바다가 잔느의 심경과 상황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으로 스크린에 담겨져 작품을 입체화한다.

잔느가 겪는 행복과 시련은 때로는 햇살이 쏟아지는 드넓은 평원으로, 때로는 비바람과 파도가 몰아치는 음울한 해안의 절벽으로, 때로는 햇살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평온한 바다로 표현된다.

원작이 전하는 메시지를 집약해 보여주는 소설 속 마지막 문장은 영화 마지막에도 그대로 등장해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보세요. 인생은 생각만큼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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