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등 유럽분열 맞서 "친유럽" 시위 확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유럽연합(EU)의 단결을 내걸고 독일에서 시작된 일반 시민들의 집회가 유럽 각지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 1월 불과 200명이 모여서 시작한 "친유럽"시위가 현재는 11개국에서 약 4만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로 커졌다.
28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베를린 중심가에서 열린 친유럽 시위에는 약 6천500명이 참가했다. 1개월 전에 비해 참가자가 5배로 늘었다. 이날 시위에서는 발언을 원하는 시민들이 잇따라 연단에 올라 "시민의 힘으로 EU를 지키자"고 호소했다.
2차대전에서 아버지를 잃었다는 한 여성(80)은 당시 겪은 참상을 전하면서 "지금도 아버지를 생각하면 우는 경우가 있다. 두 번 다시 전쟁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여성은 EU 회원국 간 대학의 상호 학점교환이 상호이해에 기여하는 역할을 설명했다.
플래카드를 들고 참가한 요한나 포르키(20)는 "EU는 유럽평화의 기초"라고 지적하고 "투명성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어떻게든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경을 넘어 확산한 친유럽 시위는 "유럽의 고동"이라는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변호사인 다니엘 루더(44)가 대표를 맡고 있다. 회원 각국에서 내셔널리즘이 높아지고 있지만, EU에 다시 "고동"이 돌아오도록 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에 이은 미국의 트럼프 정권 출범이 계기가 됐다. 4~5월에 실시될 프랑스 대선과 9월로 예정된 독일 총선거에 나쁜 영향을 미칠 거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모두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우파정당이 대두하고 있어서다.
루더 대표는 아내와 함께 "EU는 더 이상 당연한 게 아니게 됐다.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한다"는 메일을 친구와 지인들에게 보낸 후 지난 1월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집회를 열었다.
특정 정당이나 조직에 의지하지 않는 이 운동은 인터넷과 입소문을 타고 확산했다. 집회는 매주 일요일 오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68개 도시에서 열린다.
26일 집회에서는 전날 각국 정상들이 로마에서 서명한 공동선언에 맞춰 통합강화를 지향하는 "시민 서명"운동도 각지에서 전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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