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호주 선거서 포퓰리즘 세력 주춤…기성정치의 반격?
WSJ "기성세력이 포퓰리즘 메시지 일부 수용해 재기"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최근 치러진 네덜란드와 호주, 독일 선거에서 극우정당들이 일제히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기성 정치계가 포퓰리즘 돌풍에서 교훈을 얻어 그들의 메시지를 일부 끌어안은 결과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WSJ은 '포퓰리즘과의 싸움에서 기성세력이 반격에 나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때 전 세계에서 득세했던 극우 포퓰리즘이 기성 정치계의 반기에 제동이 걸린 상황을 조명했다.
실제로 극우 돌풍의 시험대로 여겨졌던 지난 15일 네덜란드 총선에선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끌었던 중도 자유민주당이 헤이르트 빌더르스의 극우 자유당을 꺾고 제1당이 됐다.
호주 야당인 노동당도 지난 11일 실시된 서호주(州) 주선거에서 최근 약진하던 극우정당 '하나의 국가'과 손잡은 집권 자유당-국민당 연합을 크게 누르고 정권을 탈환했다.
아울러 포퓰리즘의 공세로 수세에 몰렸던 '난민의 엄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신이 이끌던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이 26일 실시된 자를란트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WSJ은 이러한 상황이 한때 사면초가에 빠졌던 기성 정치세력이 포퓰리즘 돌풍의 의미를 좌시하지 않고 이로부터 얻은 교훈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상황에 맞춰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기성정계가 '반(反)이민', '반(反)난민' 등 포퓰리즘 세력이 주로 내세웠던 메시지를 일부 흡수해 변화를 갈망했던 유권자들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 재기의 발판이 됐다는 해석이다.
일례로 네덜란드 총선 승리를 이끈 뤼테 전 총리는 총선 전 이민자를 겨냥해 "적응하기 싫으면 떠나라"는 내용의 반이민 신문 광고를 내며 유권자들의 환심을 샀다.
또 오는 9월 4선 연임에 도전하는 메르켈 총리가 작년 난민 대거 유입에 대해 사과하며 기존 난민 포용 정책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도 이를 대변한다.
WSJ는 이 밖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순조롭지 않은 출발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 대한 영국인들의 회의가 포퓰리즘에 대한 지지를 약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브렉시트 가결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각국 국수주의·반이민 세력의 득세를 이끌고, 전 세계의 포퓰리즘 바람을 촉발했다.
하지만 WSJ는 이런 포퓰리즘 정서가 아직 잦아들고 있지 않은 만큼 다음 달 열리는 프랑스 대선이 극우 돌풍의 미래를 가늠할 큰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프랑스 유권자 상당수가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극우 정당 지지자들이 표심을 숨기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극우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의 선전을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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