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빚 때문에' 십년지기 계획 살인 후 시신에 불질러(종합)

입력 2017-03-28 16:29
수정 2017-03-28 16:30
'200만원 빚 때문에' 십년지기 계획 살인 후 시신에 불질러(종합)

시흥 원룸서 살해 후 6일 뒤 찾아와 방화…"살해 전 고문 가능성도"

30대 여성 살인·방화 등 혐의 영장…피해자 명의로 1천만원 대출

(시흥=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시흥의 한 원룸에서 지인인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에 불을 지른 여성은 단돈 200만원의 채무로 인한 갈등 때문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28일 살인 및 방화 등 혐의로 이모(38·여)씨 등 2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5시께 시흥시 정왕동 A(38·여)씨의 원룸에서 A씨를 흉기로 40여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시신을 방 안에 방치해놨다가 26일 오전 3시 40분께 원룸에 다시 찾아가 시신 상반신에 종이박스와 옷가지 등을 올려놓고 불을 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이씨는 A씨에게 200만원을 빌린 뒤 갚는 문제를 놓고 다투다가,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가 A씨 명의로 대출을 받기 위해 살해 전 A씨를 묶어 놓고 흉기로 찌르면서 개인정보를 알아낸데다, A씨 시신에서 40여차례에 걸친 흉기 상흔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명백한 계획범죄로 보고 있다.

또 이씨가 A씨를 살해하기 전 장시간에 걸친 고문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살해범행 뒤 A씨의 휴대전화와 개인정보를 이용해 대출을 신청, 24일 신용카드사로부터 1천만원을 대출받아 600만원을 생활비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찰은 이씨가 살인범행 전 A씨로부터 원룸 출입문 비밀번호까지 알아낸 것은 며칠 뒤 재방문해 증거를 인멸하려는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씨와 A씨는 10년 전부터 친구로 알고 지낸 사이로 전해졌다.

숨진 A씨는 지난 26일 오전 7시 55분께 "이웃집에서 연기가 난다"는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발견됐다.

시신은 상반신에 박스와 옷가지 등이 올려진 채 불에 탔고, 얼굴과 지문 등이 불에 일부 훼손된 상태였다.

이씨가 불을 지른 것은 오전 3시 40분께였지만, 불이 자연 소화되면서 연기가 나 4시간여 뒤 이웃이 알게 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수차례 흉기 상흔과 부패흔적이 발견되면서, 누군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에 불을 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해왔다.

경찰은 A씨 주변인 탐문조사 과정에서 지난 19일께 이씨가 A씨와 채무 문제로 만나기로 한 사실과 이씨가 26일 오전 A씨의 원룸을 다녀간 사실 등을 확인해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이씨가 A씨 명의의 대출을 받은 사실을 확인,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시신 발견 하루 만인 27일 오후 8시 15분께 서울 서대문구 이씨 자택에서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씨와 함께 있다가 긴급체포된 강모(48)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에 대해 전혀 몰랐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가 방화할 당시 강씨가 이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서울 집 근처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통화내역을 조작한 것으로 미뤄, 범행 은폐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오늘 중 이씨에 대해 살인 및 방화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며, 강씨는 범인은닉 등 혐의로 추가 조사한 뒤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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