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김재욱 "모태구 처참한 죽음, 속이 다 시원했죠"

입력 2017-03-27 16:53
수정 2017-03-27 17:19
'보이스' 김재욱 "모태구 처참한 죽음, 속이 다 시원했죠"

"'섹시한 악역'이란 반응에 당황…그래도 칭찬에 감사"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OCN 주말극 '보이스'가 종영한 지는 사실 좀 지났다. 스페셜 방송으로 한 주가 흐르고, 이젠 후속작 '터널'이 한참 방송 중이다.

한 템포 지나고 나서, '보이스'에서 가장 강렬했던 배우 김재욱(34)이 입을 열었다.

그는 "'보이스'와 제가 맡은 모태구 역할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았는데, 막상 드라마가 끝날 때쯤 되니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말로 풀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좀 흐르니 매듭을 확실히 지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워낙 진했던 역할인 만큼 배우의 고민도 깊었나 보다.

김재욱은 27일 '보이스' 종영을 기념해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모태구는 제가 오랫동안 기다린 친구였다"며 "대본을 읽으면서도 손에 땀을 쥐었고,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이스'는 2014년 KBS 2TV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이후 그가 3년 만에 선택한 작품이다.



그는 사이코패스 모태구에 대해 "상류층의 변태스럽고 그로테스크한 취향을 가진 범죄자를 성운시(작품의 배경)란 도시 안에서 얼마나 현실감 있고 어색해 보이지 않게 그려낼지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는 누군가를 미친 듯이 증오하거나 미워해 본 경험이 없어서 연기하는 게 쉽진 않았다"며 "살인의 정당성이라든가 개연성을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살인자의 쾌락을 부각할 것인가도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죄의식도 없이 살인을 이어가던 모태구도 결국은 공포감 속에 최후를 맞는다. 자신보다 더 강력한 악인에게.

김재욱은 모태구의 죽음에 대해 "제가 다 속이 시원했다"며 "태구를 연기하면서도 이 친구의 끝은 정말 보는 사람들이 통쾌했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경찰의 손에 끝난다면 보는 사람들도 찝찝함이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장면이 환상일 수도 있고,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게 찍었지만 핵심 메시지는 '악의 끊임없는 순환'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더 큰 악으로 인해 모태구가 처참하게 뭉개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태구는 천하의 나쁜 놈이었지만 동시에 매력적인 놈이기도 했다. 극중 모태구가 강권주(이하나 분)의 집 앞에서 몰래 기다리는 모습을 두고는 '여자친구 집 앞에서 기다리는 남자친구'라는 패러디가 돌기도 했다.

김재욱은 '섹시한 악역'이라는 평가에 대해 "당황스러웠다"면서도 "악인이면서도 뭔가 오묘하게 사람을 끌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한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배우로서 자신만이 지닌 섹슈얼한 이미지에 대해서도 "그런 표현이 굉장히 칭찬이라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태구를 연기하면서 참고한 작품으로 크리스천 베일 주연의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를 꼽았다. 그러고 보니 상당 부분 닮았기도 하다.



극중에서 주요 인물 중 혼자 악역이었던 탓에 촬영장에서 외로움도 컸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그 외로움이 싫진 않았고, 충분히 즐겼다"며 "물론 다른 배우들이 호흡이 맞아가는 걸 보면서 부러움도 있긴 했다"고 답했다.

그는 함께 호흡한 선배 장혁에 대해선 "현장 경험이 워낙 풍부하고 무게감이 있는 선배라 제일 얘기를 많이 나눴다"며 "장면마다 집중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건 물론이고 후배인데도 정중하게 소통해줬다. 농담으로 '다음엔 같은 편으로 호흡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김재욱에게 '인생작'으로 남을 '보이스'. 다음 작품을 하기가 부담될 법도 한데 그는 "내가 왜 존재하는지 증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 성심성의껏 연기를 하고 싶단 마음뿐이지, 이미지 변신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며 "시청자나 관객이 늘 궁금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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