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세제개편안, 각국 세제개혁 논의에 영향 줄 듯

입력 2017-03-27 15:37
미 공화 세제개편안, 각국 세제개혁 논의에 영향 줄 듯

글로벌 기업의 탈세 막고 경제활동 왜곡하지 않는 "궁극적 세제 개혁안?"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 공화당이 법인세 개혁방안의 하나로 내놓은 '국경조정조치'가 수입업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업계와 학계의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수입에는 세금을 매기고 수출에는 세금을 면제하는" 내용이 핵심인 공화당 안이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의되고 있는 이유는 ▲수입에서 거둬들이는 세수증가분을 법인세율 인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고 ▲트럼프 정부는 "수입에 높은 세금을 매기겠다"던 대선공약의 이행이라고 선전할 수 있는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또한 공화당이 하원에 제시한 이런 세제개편안은 미국과 영국의 세제전문가와 경제학자들이 "경제활동을 왜곡시키지 않는 궁극적인 기업과세"로 제창해온 안과 부합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수입업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 논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지 부시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그레고리 맨큐하버드대 교수는 금년 1월 자신의 블로그에 "세제개혁이 이뤄지면 경제성장과 생활수준 향상을 촉진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맨큐 교수는 그런 주장의 근거로 "개혁안이 실질적으로는 소비세 도입, 법인세 철폐, 소득세 감세의 3점 세트와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득보다 소비에 과세하는 편이 (경제에) 바람직하다는 건 많은 연구에서 이미 제시됐다"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이 마련한 개혁안은 법인세 개혁이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과세대상은 소비세에 가깝다. 수입품에 과세하는 대신 수출에는 세금을 면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안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설비투자에 대해 즉시 상각을 인정하고 있는 점이다. 소비세라면 투자분에 대해서는 아예 세금이 공제된다.

다른 점은 소비세에서는 과세대상에 포함되는 임금지급에 대해 계속 세금을 공제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맨큐 교수는 이 점을 들어 실질적인 효과는 소비세를 도입하는 대신 소득세를 대폭 감면해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경제의 활력을 높이면서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두드러지고 있는 기업의 탈세를 막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안의 원형인 기업 세제개혁을 주창해온 아우엘바하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는 "해외에서 이익을 얻은 것처럼 보이게 조작하더라도 세금을 줄일 수 없게 된다. 이익에 대해서가 아니라 국내 판매액이 과세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이 이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정보의 공유 등 G20(주요 20개국)이 세금회피를 막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협조도 필요 없게 된다고 한다.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금을 줄이는 꼼수도 억제할 수 있다. 영국의 근본적인 세제개혁지침을 정리한 2010년 멀리스 리뷰에서도 글로벌화 시대에 맞는 기업과세개혁의 선택지의 하나로 공화당 안과 같은 세제개편을 제창했었다.

수입에 대한 과세만을 보면 보호주의적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제의 글로벌화에 대응해 법인세의 성격을 끝까지 파고들면 소비세에 가까워진다는 사고방식 자체는 이상한 게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경 조정조치의 문제점으로는 세제로서 좋으냐 나쁘냐 보다는 도입했을 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는 점과 실무적인 어려움이 지적되고 있다.

미국 수입업자들의 세 부담이 한꺼번에 커지는 것은 물론 가격 전가가 이뤄지면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미수출이 많은 외국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유력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국경조정의 영향이 달러화 강세에 의해 상쇄돼 미국의 무역수지와 경쟁조건, 수출입 기업의 수익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실제로 영향을 상쇄시킬 정도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지와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등에 대한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소비세 이외의 국경조정은 협정위반이라고 판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세제개편이 실제 이뤄지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업에 대한 과세의 성격을 한꺼번에 바꿔놓을 개혁안을 미국이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세제개편논의에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