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찾으면 천리길도 업고 갈텐데" 세월호 가족의 간절한 '꿈'

입력 2017-03-27 15:24
수정 2017-03-27 15:40
"너 찾으면 천리길도 업고 갈텐데" 세월호 가족의 간절한 '꿈'

미수습자 가족들 "산화한듯 붉은빛, 현장안전 확보·실종자 수습 서둘러야"

(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은화가 오기만 한다면 '엄마한테 업혀'라고 하고 집에 갈 때까지 한 번도 안 내리고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3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의 모습을 하루하루 위태롭게 바라보는 미수습자 가족들.

미수습자 가족 5명은 27일 오전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마린호에 실린 세월호 선체를 확인하고자 또다시 배를 타고 인양 현장으로 떠났다.



양승진 교사 부인 유백형씨는 한번이라도 더 남편을 보려 또 바다에 나섰고 권재근씨·권혁규군 친척 권오복씨도 아직 답답함이 남았다며 배에 올랐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던 딸을 위해 말끔히 면도를 마치고 배에 탄 허다윤양 아버지 허흥환씨와 어머니 박은미씨, 혼자 무서워할 딸에게 엄마가 가까이 있다는 걸 또다시 알려주고 싶은 조은화양 어머니까지….

가족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또 같은 이유로 배에 올랐다.

전날 수면 위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의 처참한 모습을 처음으로 보고 "더 보고 있기 힘들다"며 뱃머리를 다시 돌렸던 가족들은 이날 사고 해역을 향하는 내내 서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는 "어제 가족들과 목포신항에 가서 10분가량 배가 어느 쪽으로 들어오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순간 배(세월호)를 바로 눈앞에 두고, 우리가 정말 끔찍한 시간을 더 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은화를 찾으면 업고 목포에서 안산 집까지 천 리 길도 그대로 갈 수 있을 것만 같다"며 이내 밝은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가족들을 태운 배는 출발 한 시간 3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2층 갑판 위로 올라가자 진흙과 따개비가 덕지덕지 붙은 채 곳곳이 붉게 변한 세월호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전날보다 훨씬 가까이에서 선체를 보게 된 가족들은 "선체 일부분이 더 붉은빛으로 변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선체가 오랜 세월 바닷물에 잠겼다가 올라오면서 산화현상이 급속도로 일어나 육지 인양 후 빠른 속도로 미수습자를 찾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염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금희씨는 "저 바닷속에 저 배를 저렇게 놔두고서 이렇다, 저렇다 말할 게 뭐가 있어. 일단 인양하고 사람부터 찾고 (그다음) 조사하면 되잖아"라고 탄식했다.

선체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허다윤양 어머니 박은미씨도 "그냥 내가 지금이라도 들어가서 찾고 싶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다"며 "배를 육상에 거치하는 일이 어렵겠지만, 안전검사 등을 마치는대로 미수습자들을 가장 빨리 찾을 방법을 도입해주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가족들을 태운 배는 높은 파도로 인해 세월호 선체 주변을 5분여 동안 돈 후 서둘러 회항하기 시작했다.

갑판에 선 가족들은 "다 찾아야지. 힘들고 고통스러운 곳에서 이제는 좋은 곳으로 보내줘야지"라고 혼잣말을 되뇌며 세월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했다.

세월호는 오는 28일 미수습자 가족들과 4대 종단 관계자들로부터 온전한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는 인사를 받은 뒤 오는 30일께 목포신항을 향해 본격 출발할 예정이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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