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역서 부패 척결 촉구 反정부 시위…2012년 이후 최대규모(종합)

입력 2017-03-27 05:05
수정 2017-03-27 11:24
러 전역서 부패 척결 촉구 反정부 시위…2012년 이후 최대규모(종합)

모스크바 1만명 집결…시베리아·극동 주요 도시서도 시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전역의 주요 도시들에서 26일(현지시간) 공직자 부패 척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타스, 인테르팍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서 각각 1천명에서 1만명에 가까운 야권 지지자들이 가두행진을 벌이며 부패 청산을 요구했다.

대다수 도시 당국이 불허한 이날 시위에서 시위대와 진압 경찰 간에 크고 작은 충돌이 벌어졌으며 일부 도시들에선 수십~수백명의 참가자들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12년의 부정선거 규탄 대규모 시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이날 전국 동시 다발 시위는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대표적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최근 발표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 축재 보고서가 계기가 됐다.



나발니는 보고서에서 메드베데프 총리가 국내 외에 대규모 부지, 고급 저택, 포도원, 요트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가 공직자 월급으로서는 도저히 구매할 수 없는 이 같은 고가의 자산들을 축적한 배경을 조사할 것을 당국에 촉구했다.

나발니 보고서는 유튜브에서 1천1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나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고, 당국도 조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나발니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부패 조사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했고 이날 그를 따르는 지지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모스크바에선 도심의 푸슈킨 광장과 인근 트베르스카야 거리에서 경찰 추산 7천~8천 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일부 언론은 참가자가 1만 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푸틴없는 러시아", "푸틴을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 행진을 시도했으나 경찰은 허가받지 않은 집회라는 이유로 이들의 행진을 가로막고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이에 시위대가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양측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약 500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시위에 참가하려던 나발니도 체포돼 인근 경찰서로 연행됐다. 나발니는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벌금형이나 구류형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나발니 체포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시위대와 경찰 간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또 이날 나발니가 이끄는 반(反)부패 펀드를 급습해 직원 17명을 연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5천여 명이 시내 중심가에서 반부패 시위를 벌였으며, 시베리아 도시인 예카테린부르크·노보시비르스크·크라스노야르스크·옴스크·이르쿠츠크 등과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롭스크 등에서도 각각 수백~수천 명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졌다.

러시아 당국은 이날 시위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야권의 도발이라고 규정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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