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안하다" 다시 뜨거워진 세월호 추모 열기

입력 2017-03-26 16:50
수정 2017-03-27 08:14
"우리가 미안하다" 다시 뜨거워진 세월호 추모 열기

미수습자 가족 대국민 감사에 시민들 "오히려 죄송하고 부끄러워"

안산 분향소 평소 100~200명선이던 추모객 26일 오후 4시 1천312명

(안산=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3년의 세월이 선체 곳곳에 묻은 처참한 모습의 세월호가 해수면 위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4·16 세월호 참사'의 추모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선체 인양 작업 시작 후 첫 주말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합동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26일 안산시에 따르면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은 추모객은 시험인양이 시작된 22일 117명에서 선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 23일 338명, 반잠수선 거치 작업이 이뤄진 24일 302명으로 늘었으며, 토요일인 25일엔 1천115명으로 급증했다.

일요일인 26일엔 이른 아침부터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잇따라 오후 4시 기준 1천312명이 방문, 벌써 전날 하루 전체 추모객 수를 넘어섰다.

추모객들은 제단에 국화꽃을 바치고 희생자들의 사진을 바라보거나 추모하는 글을 남기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또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에도 이름과 주소를 남겨 동참의사를 밝혔다.



충북 청주에서 왔다는 50대 부부는 "그동안 청주의 분향소만 가 봤는데, 선체가 인양됐다는 뉴스를 보고 아침 일찍 채비해 안산으로 왔다"며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크다. 진작에 안산에 올 걸 그랬다"며 침통해 했다.

또 "미수습자 가족들이 '국민에게 감사하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우리 국민은 오히려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미수습자 가족들을 보며'나라면 3년을 싸울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 부끄럽다"고 고개를 떨궜다.

'하늘로 간 수학여행' 사진전이 마련된 분향소 한쪽에서는 울음을 터뜨리는 추모객이 많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을 데리고 나온 김모(44·여)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너무 슬퍼서 더는 슬프지 않으려고 일부러 외면하기도 했는데, 그게 최선이 아니었다"며 "바다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지, 부모들의 마음은 어땠을지…"라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어 "진작에 인양해야 했는데, (누군가에 의해)늦춰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울먹였다.

유가족들은 3년째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추모하는 시민들에게 거듭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분향소에서 만난 7반 이수빈 군의 친할머니 이주순(68)씨는 "사고 후 거의 3년이 다 됐는데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시민들께 한없이 고마운 마음"이라며 "그동안 힘들었던 것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을 정도"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전날인 25일 밤부터 26일 아침 사이 세월호가 완전히 부양했다는 뉴스가 쏟아지자 추모객이 늘어난 것 같다고 현장의 안산시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안산시 한 관계자는 "한동안 하루 방문 추모객 숫자가 100∼200여명에 그쳤는데, 세월호 인양소식이 들려오고 나서부터는 각지에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13일만인 2014년 4월 29일 문을 연 합동분향소에는 지난달까지 누적 인원 64만2천25명이 다녀갔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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