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백서'는 공공 기록물…국민에 공개가 원칙"

입력 2017-03-26 14:23
수정 2017-03-27 08:13
"헌재 '탄핵백서'는 공공 기록물…국민에 공개가 원칙"

"연구·제도개선 위해 누구든지 알 수 있어야"…"일정시간 뒤 공개"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황재하 기자 =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모든 것을 담은 이른바 '탄핵백서'를 내부 참고용으로 만들기로 하면서 백서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역사의 기록이자 연구 자료로서 가치가 크며 제도 개선에 필요한 공론화를 위해서도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은 공개가 원칙이라는 취지다.

백서에는 91일간 진행된 변론 과정에서 헌재가 내린 판단의 내부 근거뿐 아니라 이번 사건의 헌정사적 의미, 증인 소환 실패 및 재판관 공석 장기화 등 심판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적 미비점에 대한 제언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파면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드문 점을 고려할 때 백서는 연구 목적뿐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대내외에 보여주는 이정표로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연합뉴스에 "헌재의 판단과 결정의 전 과정은 공적 가치가 있는 만큼 사생활이나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은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당장은 역사적인 평가를 할 때가 아니지만, 미래엔 헌재 바깥의 누구든지 헌재의 판단과 결정에 대해 지적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백서는 당연히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백서가 탄핵심판과 관련한 제도적 미비점을 헌재 스스로 지적하는 것이라면 그에 대해 당연히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헌재가 꼽은 미비점은 국민의 대의기관 국회를 통해 제도적 보완을 거쳐야 하는 문제들"이라며 "이를 공론화하는 것이 백서를 작성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헌법재판관도 "헌재가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도 자료를 내부에만 둘 것이 아니라 외부로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헌법재판관은 "자료를 만드는 데 상당한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며 "그런 만큼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공개를 거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 원로 헌법학자는 "탄핵심판 결과를 놓고 정치적 혼란이 잠재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헌재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논란 여지와 부담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일정 시간이 흘러 이성적 평가가 가능한 시기에 백서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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