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안에 우리 아이가"…가족들 녹슬고 찌그러진 선체 보고 오열

입력 2017-03-26 13:20
수정 2017-03-27 08:12
"저 안에 우리 아이가"…가족들 녹슬고 찌그러진 선체 보고 오열

미수습자가족, 녹슬고 찌그러진 선체 보며 "세월호는 배가 아닌 한 사람의 생명"

(진도=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지금은 울 시간이 아니에요. 울고 있을 시간에 우리 아이들을 빨리 찾을 생각을 해야 합니다."



2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참사 현장 인근에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 마린 호에 올라온 세월호를 보기 위해 미수습자 가족 6명이 인양현장을 다시 찾았다.

애초 계획에 없는 방문이었다. 전날 밤 세월호에 남아있는 미수습자들의 눈물과 같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잭킹바지선이 철수하면서 드러난 세월호 전체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다시 인양현장을 찾았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간다"고 말한 단원고 학생 조은화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옆으로 뉘인 채 반잠수식 선박에 제모습을 모두 들어낸 세월호를 보며 주저앉을 듯 오열했다.

진흙과 녹으로 뒤덮인 세월호 선미가 일부 침몰 당시 충격으로 찌그러진 모습을 두 눈으로 보고 "저기가 은화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장소다"며 참던 눈물을 쏟아냈다.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 씨도 "저 안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 9명 미수습자들이 한 번에 발견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박 씨는 "세월호는 배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아직 안에 있는 한 사람의 생명이다"며 "세월호가 수상으로 부양됐다고 벌써 미수습자 수습이 뒷순위로 밀리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남편과의 결혼기념일에 세월호 인양을 지켜본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 씨는 "여보 당신에 제 앞에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세월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금은 울 때가 아니다. 앞으로 미수습자를 찾는 기나긴 싸움이 남았다"며 "진상규명도 중요하지만, 배 안에 남아있는 사람을 놓치면 안 된다"고 미수습자 수습을 하늘과 정부에 기원했다.

그러면서도 "가족을 찾는다면 이 싸움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인양을 안 할까 봐 걱정하는 나날보다는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앞으로의 일을 하나하나씩 챙겼다.

가족들은 배수작업과 잔존유 방제작업이 한창인 세월호를 수백m 거리까지 배를 타고 접근해 비교적 가까이에서 살펴보며, 녹슨 외관·찌그러진 선미 모습에 탄식하고 발을 구르며 안타까워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을 인양현장까지 데려다준 지원선 선장이 "오늘 조류가 세서 배를 대기도 힘들었다. 하루라도 늦었으며 인양이 힘들 뻔했다"는 말에는 "당사자가 아니면 인양이 쉬운 거로만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의 기다림과 노력이 깃든 인양이다"고 답했다.

가족들은 세월호 안에 미수습자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생각에 더는 배를 보고 있기 힘들다며 지원선의 선수를 다시 팽목항 쪽으로 돌려 육지로 향했다.



미수습자 가족은 이날 오후부터 세월호가 육상으로 올라올 목포신항의 준비 상태를 살펴보고, 세월호 기동 시기에 맞춰 목포 신항으로 3년 동안 가족을 기다리며 머물던 팽목항을 떠날 준비를 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세월호 유족 한 사람은 은화 어머니에게 "아이를 먼저 찾아 죄인이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은화 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마음으로 우리 가족을 찾는 데 힘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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