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준 황재균, 메이저리그 향해 거침없이 진격
'캠프 신인상+끝내기 안타' 빅리그행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이름을 깊이 각인시키며 메이저리그 진입 가능성을 키웠다.
황재균은 26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1루수 대수비로 교체 출전해 7-7로 맞선 9회말 무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황재균은 볼 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카를로스 피셔를 상대로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 샌프란시스코에 8-7 승리를 안겼다.
이날 경기 전 '2017 바니 뉴전트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되며 동료들의 박수를 받은 황재균은 끝내기 안타까지 쳐내며 겹경사를 맞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황재균은 계약 발표 때만 해도 과연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으나 걱정을 비웃듯 연일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입성 전부터 그는 유명인사였다.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시절 황재균이 '멋지게' 배트 플립을 하는 장면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이 미국 현지에서도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황재균은 미국에서는 배트 플립을 자제하는 모습으로 현지 야구 문화에 대한 존중심을 보여줬다.
성패트릭의 날에는 녹색 패션을 하며 적응력과 친화력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바니 뉴전트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은 황재균이 미국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구단에서 일하다 2014년 세상을 떠난 트레이너 바니 뉴전트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바니 뉴전트 어워드'는 스프링캠프에서 헌신적으로 훈련해 우수한 성과를 낸 신인 선수를 한 명씩 선정해 수상한다.
성적도 나무랄 데가 없다. 황재균은 이날 끝내기 안타를 포함해 2타수 1안타를 기록해 시범경기 타율을 0.297에서 0.308(39타수 12안타)로 끌어올렸다. 타점은 11개로 늘렸으며 4홈런 5득점도 기록 중이다.
홈런은 1루수 크리스 마레로(6개)에 이어 2위, 타점도 공동 2위를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0.641를 기록하며 5위에 올라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산인 OPS도 0.958로 8위다.
현재의 타격감과 페이스를 감안한다면 황재균이 25인 개막 로스터에 진입하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먼저 황재균의 주 포지션인 3루수 자리에는 주전 에두아르두 누네스가 건재하고, 백업 3루수인 코너 길라스피 역시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인 터라 입지가 탄탄한 편이다.
여기에다 애런 힐이나 지미 롤린스와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트리플 A로 내려갈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에 내야 백업 멤버 자리 구하기도 쉬운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황재균을 좌익수와 1루수로도 기용하고 있다.
황재균을 좌익수와 1루수로 점검했다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 써보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물론 내야수 힐과 마레로도 외야 훈련을 하고 있으나 힐은 나이가 35살로 적지 않고 두 선수는 황재균만큼의 강한 어깨가 없다.
만약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개막 25인 로스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면 내·외야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황재균이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황재균은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맡은 배역마다 제 몫을 다해내며 메이저리그에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개막 25인 로스터에 포함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황재균이 캠프를 마칠 때까지 지금처럼 강렬한 인상을 계속 남긴다면 충분히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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