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 답하라" "어이없다"…한국당 대선주자들 TV토론서 티격태격
1위 달리며 '단일화' 외치는 홍준표에 김진태·이인제 협공 전선
'文 때리기'는 단일대오…방청석 질문에 진땀 빼기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이슬기 기자 = '후보 단일화'를 놓고 첨예하게 입장이 갈린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들이 26일 TV토론에서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았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후보로 선출되면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까지 단일화 대상으로 고려하겠다고 언급한 게 발단이 됐다.
홍 지사는 이날 KBS 대선후보 경선토론에서 "좌파의 전유물이던 선거 연대를 우파에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파·중도 단일화론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며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등 두 당의 유력주자와의 단일화 승부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선거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라며 좌파 집권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홍 지사의 발언을 놓고 김진태 의원과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맹비난하며 거친 공방이 이어졌다.
김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그때 까맣던 게 지금 하얘지느냐"며 홍 지사가 과거 진보·중도 진영의 단일화를 두고 '파괴력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홍 후보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으며,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도 "(단일화의) 단계가 있다"며 홍 지사가 다소 성급한 것 같다고 견제에 나섰다.
김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 등의 홍 지사를 협공한 데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1위를 달리는 홍 지사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를 의식한 듯 홍 지사는 "세 분이 전부 나만 미워하는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토로했다.
주자들간 신경전은 북한에 대한 인식, 국가보안법 존폐 등 우파·보수 진영에 이념적으로 민감한 주제가 테이블에 오르자 다소 거친 언쟁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은 홍 지사를 향해 "북한이 국가냐 아니냐", "국보법은 있어야 하냐 없어야 하냐"고 물으며 "오엑스(OX)로만 답하라"고 압박했다.
그러자 홍 지사는 "참 어이가 없다"고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답변을 끊으려 드는 김 의원을 향해 "초등학생 토론도 아니고, 그렇게 물으면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강력한 '공통의 적'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선 4명이 일제히 한목소리로 성토했다.
홍 지사는 "문 후보는 북한 김정은과는 친구로 지내겠다고 하고 반대 정당은 청산 대상이라고 한다"며 "적폐는 좌파 정권 10년 동안 더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문 전 대표의 슬로건인 '적폐 청산'을 두고 "그분(문재인) 자체가 적폐"라고 볼륨을 높였다. 김 지사도 "(문 전 대표는) 또 다른 갈등과 분열로 정권을 잡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4명의 주자는 방청석에서 나온 '송곳질문'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홍 지사에 대해선 "파격적이고 직설적인 발언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발언처럼 오해와 미움을 낳기도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의원은 "헌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라며 "전 대통령 지지자를 위한 발언만 하면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 지사에 대해선 "연세가 많다"며 "인지도나 지지율이 미미하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대선이 4번째다. 좌우 막론하고 당적을 10여 회 이상 바꿨다"는 질문에 해명해야 했다.
zhe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