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리콴유 등 겨냥 '증오발언' 싱가포르 10대 망명승인 논란

입력 2017-03-26 10:08
美, 리콴유 등 겨냥 '증오발언' 싱가포르 10대 망명승인 논란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표현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 싱가포르에서 정치 지도자와 종교에 대한 잇단 '증오 발언'으로 수차례 투옥됐던 10대 블로거가 미국 당국의 망명 승인을 받았다.

26일 싱가포르 현지 언론과 외신보도에 따르면 미국 이민법원은 싱가포르 출신의 10대 블로거 애머스 이(18)군의 망명 신청을 수용했다.

새뮤얼 콜 판사는 결정문에서 "이 군이 정치적인 신념 때문에 과거 싱가포르에서 박해를 받았으며, 앞으로도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의 변호를 맡은 샌드라 그로스먼 변호사는 "비록 그의 발언이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공격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표현의 자유는 신성한 것"이라며, 그가 27일께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정치인과 인종, 종교 등에 대한 도발적 언행으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싱가포르에서 여러 차례 구금을 당했다.

특히 그는 싱가포르의 국부로 평가받는 리콴유 전 총리가 타계한 지난 2015년 3월 '마침내 리콴유가 죽었다'는 제목의 8분짜리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해 4주의 실형을 살았다.

당시 그는 동영상에서 "리콴유는 끔찍한 인물이자 지독한 지도자"라고 비판하고, 그를 예수 그리스도에 빗대어 둘 다 권력을 탐하는 사악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남녀가 성관계하는 그림을 그리고 이 남녀의 얼굴에 리 전 총리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얼굴을 합성해 인터넷에 올려, 종교 모독 및 음란죄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려 6주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그의 망명을 받아들인 미국 법원의 결정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싱가포르 정부는 망명 수용 결정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싱가포르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 군은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한 증오 발언에 연루된 인물인데, 미국은 그런 그를 표현의 자유라는 기준으로 받아들였다"고 비난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 군의 망명 승인을 지지하면서, 미국 법원의 판단이 싱가포르 정부의 표현 자유 제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싱가포르 야당소속 정치인인 케네스 제야리트남은 "미국 법원의 이번 조처는 애머스에 대한 기소에 정치적 배경이 없다고 주장해온 싱가포르 정부를 곤란하게 한 사건"이라며 "이제 더는 싱가포르 국민이 정부의 지속적인 세뇌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또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미국 법원의 결정을 반기면서 "싱가포르는 여당인 인민행동당이 정한 정치, 경제, 사회적 강제에 저항하는 반체제 인사나 자유사상가에게 압력솥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왔다. 싱가포르 정부는 애머스 이를 눈엣가시로 생각해왔음이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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