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말레이 공식회담 착수설…'김정남 암살' 갈등 귀추 주목

입력 2017-03-25 21:46
수정 2017-03-25 21:47
北-말레이 공식회담 착수설…'김정남 암살' 갈등 귀추 주목

시신 인도·억류자 귀환 등 쟁점 일괄타결 시도하나

말레이 '억류 자국민' 송환 vs 북한 '테러 배후·VX 사용' 세탁

(도쿄·자카르타=연합뉴스) 김병규 황철환 특파원 =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갈등을 빚어온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회담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TV아사히 계열 ANN은 25일 오전 최희철 북한 외무성 부상과 리동일 대변인 등이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와 회동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양측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 30분부터 쿠알라룸푸르의 한 정부 관계 시설에서 만남을 가졌으며, 이튿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이달 초 수차례 비공개 면담을 한 데 이어 지난 13일부터 공식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진행해 왔다.



직전까지 양국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 듯했다.

북측은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부검을 저지하려 했으나, 말레이시아 당국은 부검을 강행했다.

수사가 진행돼 북한 배후설이 점점 힘을 얻으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됐고 말레이시아는 이달 2일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한 데 이어 4일에는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까지 추방했다.

하지만 북측은 이달 7일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의 출국을 임시금지해 사실상의 '인질극'을 벌였고, 말레이시아는 급격히 협상 모드로 전환해 북한 내 자국민 귀환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 외무성 아시아 지역 담당인 최희철 부상이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자들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것이 사실이라면 실무협상이 타결돼 본회담이 개시된 것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정남의 시신 인도와 말레이시아 내 북한 국적 용의자의 신병 처리 문제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도 상당 부분 해소됐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에 억류된 자국 외교관과 가족 등 9명의 출국보장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

올해 조기총선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북한을 상대로 '저자세 외교'를 할 수 없다는 점과 국제사회가 이번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주시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북측은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받고, 말레이시아에 체류 중인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등 나머지 암살 용의자들을 귀국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현지 외교가에서는 김정남의 시신 인도 문제의 경우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는 사안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의 자녀가 제공한 DNA로 김정남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도 그의 시신이 북측에 인도될 가능성도 이미 내비쳤다.

유가족이 시신인도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적 국가인 북측에 시신을 넘기는 대신 북한 내에 억류된 말레이시아인들을 귀환시킬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에 은신 중인 김정남 암살 용의자들을 둘러싼 양국의 줄다리기는 끝까지 난항을 거듭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치외법권인 북한대사관 내에는 현재 현광성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 리지우 등 용의자 3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김욱일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북한으로서는 해외에서 테러를 저질러 타국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점, 대량살상무기인 신경작용제 VX를 타국 공공장소에서 사용했다는 점을 입증할 핵심 용의자가 수사를 진행 중인 국가에 발이 묶인 사실이 초조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적당한 시기에 김정남의 시신을 넘겨받은 뒤 재부검을 통해 '자연사'로 결론지으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거기에 김정남의 사인이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에 노출된 결과라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를 원천무효화하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이 같은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핵심 과제가 현광성, 김욱일, 리지우를 북한으로 데려가는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말레이가 협상 추이에 따라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다만 앞서 이들과 마찬가지로 김정남 암살을 후방지원한 혐의를 받은 리정철은 증거불충분으로 석방 후 추방됐다.



bkkim@yna.co.kr,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