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로마선언' 채택…"유럽은 공동의 미래" 통합 재다짐(종합)
英빠진 EU 27개국, '로마조약' 서명 60주년 맞아 로마서 특별정상회의
"지속적 통합만이 유일한 대안…같은 방향 향하되 속도·강도는 달라"
(브뤼셀·로마=연합뉴스) 김병수 현윤경 특파원 = 영국의 탈퇴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포퓰리즘의 득세 등으로 분열 위기에 처한 유럽연합(EU)이 EU 탄생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 서명 60주년을 맞아 로마에서 특별 정상회의를 열어 분열을 넘어 단결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25일 로마에서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해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충격 여파를 최소화하고 EU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 없이 로마 조약 체결 60년 기념식을 치르는 것은 비극"이라는 융커 위원장의 말이 대변하듯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이번 행사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세계화된 세계에서 지속적인 통합만이 미래를 위한 유일한 대안임에 공감하며, 새로운 EU의 청사진을 담은 '로마 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정상들은 선언문을 통해 "EU는 대담하고, 미래를 내다본 시도이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뭉쳤고, 유럽은 우리 공동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정상들은 또 선언문에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함께 행동하되, 필요하면 다른 속도와 강도를 취할 수 있다"는 문구를 담아 EU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각 회원국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맞게 협력의 강약을 달리하는 '다중속도(Multi-speed) 유럽 방안'을 지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EU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독일, 프랑스와 채무 위기 속에 긴축의 고통을 겪는 그리스 등 남유럽, EU에 가입한 지 오래되지 않은 동유럽 등 회원국 간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해 모든 분야에서 의견 통일을 이루기 힘든 만큼 갈등을 줄이고, 통합을 증진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회원국 사정에 따라 각 분야에서 속도와 강도를 달리하는 협력 방안을 제시, EU를 다층 체제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유럽은 과거에도 유로화를 19개국만 채택하고, 국경을 가로질러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도 일부 회원국은 가입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하지만, 동유럽은 '다중속도 유럽 방안'이 EU를 서유럽 중심 체재로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라며 달가워하지 않는 가운데 폴란드는 이 구상에 반발하며 로마 선언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고집하다가 정상회의 전날에야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지는 등 선언 채택에 진통도 뒤따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서로 다른 속도의 유럽은 공동의 유럽이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지만, 협상이 가능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난민, 테러, 냉전 종식 이후 다시 노골화되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미국과의 대서양 동맹 이상 기류 등 중첩된 위기에 직면한 EU의 상황을 방증하듯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개최국 수장으로서 손님을 맞이한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십여 년 동안 EU의 발전이 정체된 것을 지적하며 "불행히도 우리는 멈춰섰고, 이는 분열의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며 "EU는 성장을 촉진하고,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통해 시민들의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젠틸로니 총리는 한편으로는 "우리는 문제를 안고 있고, 어려움이 존재하며, 미래에도 위기가 올 수 있지만 우리는 동시에 단결하고, 전진한다"며 "유럽은 다시 시작할 저력을 갖고 있다"고 낙관적인 시각도 피력했다.
한편, 영국 런던의 심장부에서 벌어진 테러의 충격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 로마에는 약 3만명의 시위대가 운집, 유럽 통합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여 경계 태세가 최상급으로 격상됐다.
이날 회의장 주변을 비롯한 로마 중심가에는 약 7천 명의 사복경찰과 무장 군인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고, 시내 중심가에는 트럭이나 밴 등 대형 차량의 접근이 차단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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