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출동 F-35B, 北폭격지점 위치정보 받고 날았다

입력 2017-03-26 06:30
한반도 출동 F-35B, 北폭격지점 위치정보 받고 날았다

美 '앵글리코' 포항서 20~23일 F-35B 폭격 유도 훈련

백령도서 北4군단 항공폭격 유도훈련도 정례화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주일미군에 배치된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에 출격해 정밀폭격 훈련을 했던 미 해병대 F-35B 스텔스 전투기들이 실제 북한지역 폭격지점에 대한 위치정보를 부여받고 가상의 폭격임무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F-35B가 북한지역 폭격지점에 대한 위치정보를 부여받고 한반도에서 정밀폭격 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美 해병대 '앵글리코' 포항·태백서 F-35B 폭격유도



26일 군 당국에 따르면 F-35B 6~8대가 20~23일 강원도 태백의 필승사격장에서 북한지역 핵심표적을 가정한 정밀폭탄 모의 투하 훈련을 했다. F-35B에는 정밀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JDAM)과 적 레이더기지 파괴용 정밀유도활강폭탄(SDB) 등을 탑재했지만, 이를 실제 투하하지는 않았다.

포항에 전개된 주일 미 해병대의 항공함포연락중대(앵글리코·Air And Naval Gunfire Liaison Company) 요원들은 F-35B에 폭격할 지점에 대한 위치정보 부여 등 폭격을 유도했다. 한반도에서 실제 F-35B를 대상으로 항공폭격 유도훈련이 실시된 것은 처음이다.

미 해병대와 한국 해병대 앵글리코는 필승사격장에서도 연합으로 화력유도 훈련을 했다.

이 훈련에는 F-35B와 미 해병대 항공전력 AV-8B 헤리어 수직이착륙기, AH-1W 수퍼코브라, 미 공군 F-16 전투기가 참가했다.

한미 해병대에만 있는 앵글리코는 해병대 상륙부대에 편성되어 항공폭격과 함포 사격이 필요한 지점을 적절히 유도해 입체화력 지원을 제공하는 해병대의 눈과 귀의 역할을 수행하는 요원들이다.

미 제1해병비행단, 제12 해병비행전대 소속의 F-35B 스텔스기들은 앵글리코의 유도에 따라 필승사격장에서 부여된 폭격임무를 수행했다.

한반도 유사시 평양 상공에 은밀히 침투하는 F-35B 스텔스기 조종사들이 한반도 지형을 숙지하고, 명령이 떨어지면 즉각 폭격임무를 수행할 적 표적에 대한 위치정보 등을 숙달하는 훈련을 시작한 것은 북한에 대한 메시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도 25일 "미 해병대가 보유한 최신예 항공기의 한반도 전개는 미국이 한미동맹을 지원하기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강조했다.

미국 해병대의 '앵글리코'는 백령도에서도 연 1~2회가량 항공폭격 유도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코앞에서 실시되는 이 훈련은 서북도서를 위협하는 북한군 4군단의 화력 거점을 유사시 신속히 항공폭격 또는 함포 사격하도록 공군과 해군에 요청하는 능력을 숙달하는 데 있다.

군 관계자는 "백령도에서 훈련한 앵글리코 요원들은 F-35B를 비롯한 모든 공격기의 폭격유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100여 명의 앵글리코 요원들이 짙은 고글을 끼고 백령도에 출동한 것도 항공폭격 유도훈련이 목적이었다.



◇예고 없이 출동한 F-35B…美 전략무기 전개 양상 변화

F-35B 스텔스기 6~8대가 지난주 한반도에 예고 없이 출동한 것은 미국 전략무기 전개 양상이 변화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최근 한반도에 전개하는 전략자산을 필요에 따라 공개한다"면서 "불시에 전개되는 전력들이 늘고 있는 추세로, 이는 미군 작전이 변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F-35B가 이번 달 연합훈련에 참가할 것이란 한국 언론 보도에 침묵을 지키다가 전격 F-35B를 훈련에 투입했다.

미군은 지난 15일에도 괌에 배치된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 2대를 비밀리 한반도로 출동시켜 훈련했다. 이런 사실은 북한이 공개하면서 뒤늦게 확인됐다.

2천500㎞ 이상 떨어진 지상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을 탑재한 미국 핵 추진 잠수함 콜럼버스함(SSN 762·7천t급)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사실도 미국 측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의 이런 양상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전략무기를 공세적으로 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종류도 다양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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