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에 미 해군 이지스함 첫 입항
강정마을 주민들 "평화의 섬에 파국 몰고 올 것" 반발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최근 미국 최신예 스텔스구축함인 '줌월트' 배치설이 불거졌던 제주해군기지에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스테뎀함(USS Stethem)이 25일 오전 9시 50분께 처음으로 입항했다.
17일부터 21일까지 동해 상에서 한·미 연합 해상전투단 훈련을 마친 스테뎀함은 군수 적재와 승조원 휴식 등을 이유로 제주해군기지를 찾았다.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인 스테뎀함은 길이 153.8m, 너비 20.4m, 만재톤수 8천400t 규모로, 최대 속력은 32노트, 승조원은 340여명이다.
외국 함정이 제주민군복합항에 기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테뎀함 장병들은 25∼26일 한·미 해군 장병 친선교류, 사회복지시설 대상 연합 봉사활동, 제주 문화탐방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출항해 미 7함대의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 기지로 돌아갈 예정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스테뎀함의 입항에 대해 "평화의 섬에 파국을 몰고 올 것"이라며 반발하며 강정포구에서 입항 거부 피켓 시위를 한 뒤 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강정마을회는 성명에서 "스테뎀함 입항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 당시 미군이 이용하지 않는 순수한 대한민국 해군기지라고 했던 말은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마을회는 "국방부와 해군은 이번 기항이 군사작전을 위한 것이 아닌 단순한 군수 보급과 한미 해군장병 간 친선교류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다른 함정은 훈련이 끝나면 다 본국이나 주둔지로 돌아가는데 왜 미 해군 이지스함만 제주해군기지에 들어오는냐"고 반문했다.
마을회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중국과 외교 마찰을 빚으면서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국방부는 미국 의도대로만 움직이고 있다"며 "미 함정 입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제주도를 편입하려는 의도로 의심된다. 줌월트급 이지스함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려는 은폐공작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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