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주당 근로시간 단축되면 생산성도 상승"
시간제 근로자 처우 개선·근로감독 행정 뒷받침돼야
"재계가 엄살떨 정도 아냐" 지적도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전문가들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법제화하면 노동생산성이 자동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휴일 근무, 잔업 등이 줄어들면서 직장인들이 근로시간에 더 집중하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준에 차이는 있지만 고용 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시간제 근로자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실제 주당 근로시간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주당 근로시간 단축 영향 파괴적일 것…근로조건 문제 생길 수도"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 5일제가 2013년 전면 다 적용됐고 그 이후에 제도 변화에 따라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더는 없어졌다. 지나친 장시간 근로는 줄고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아무래도 혼자 버는 비중이 크니까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언제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을 때 많이 벌어놔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재취업도 쉽지 않고 재취업하더라도 예전 임금 수준을 유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많이 일하는데도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근로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쓸 수 있는 장비가 다르고 몸으로 때우는 일들이 많아서다. 미국은 가을에 길바닥에 있는 낙엽을 빗자루로 치우는 사람이 없다. 자본투자, 일의 몰입도, 기업 매니지먼트의 문제다.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 이내로 하는 대책이 지켜지면 파괴적이다.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기업이 생산을 유지하려면 근로자를 늘려야 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두 가지 일을 다 해야 한다. 산술적으로 단시간 근로자가 늘 수도 있다. 근로자 한 명이 40시간 일하고 나머지 한 명이 28시간 일하게끔 하면 초과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되면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제 근로자가 늘게 된다면 근로조건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시간제 근로자는 임금 수준이 낮고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은 등 차별적 요소가 많다. 이것은 다시 제도의 문제로 풀어야 할 문제다.
◇ "근로시간 단축되면 노동생산성 자동으로 상승…근로감독 행정 뒷받침돼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같은 경우가 30년 전인 1987년 연간 근로시간이 2천800시간이었다가 외환위기 당시 2천600시간으로 줄었다. 200시간 줄어든 것은 주 48시간에서 주 44시간으로 노동시간 법제화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연간 근로시간이 2천200시간으로 줄었다. 400시간 줄어든 것은 주5일제 효과다. 그런데 2013년 주5일제가 전면 적용되고 난 다음부턴 근로시간에 큰 변화가 없다. 2013∼2015년 연간 근로시간은 2천200시간을 넘다가 작년에 2천200시간 미만으로 떨어진 수준이다. 작년에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은 저녁 있는 삶이 늘고 시간제 근로자가 늘어난 영향이 혼재돼 있다. 시간제 근로자가 늘어난 것은 경기가 좋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정부가 시간제 근로를 장려한 탓이기도 하다.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법제화가 제대로 지켜지면 근로시간 단축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근로감독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는 근로기준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자영업자도 영향을 받는다. 전반적으로 근로시간이 줄면 자영업자의 근로시간도 줄어든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노동생산성은 올라간다. 예컨대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시간이 줄었다고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길다. 지금은 장시간 노동이 노동생산성을 저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근로시간이 길다는 것은 직장인들이 해야 할 일이 있어도 잔업 시간 맞춰서 일한다는 점을 뜻한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늘어지게 일하는 면이 줄어들어 생산성이 당연히 올라간다. 노동생산성이 너무 많이 올라가면 고용창출 효과가 덜 나타나긴 할 텐데, 그래도 지금 상태에서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면 고용창출 효과도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이다.
◇ "주52시간 법제화, 기존 근로기준법 허점 수정하는 수준"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가 연간 근로시간이 2천시간이 넘고 5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근로시간에서 다른 나라가 넘볼 수 없는 '톱'수준이었는데 2010년도 넘어가면서 근로시간이 실제로 많이 줄어서 2, 3위 정도 됐다. 문제는 연간 근로시간은 취업자 기준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자영업자는 하루에 거의 6시간 빼고 다 일한다. 외국에는 오후 7∼8시에 문 여는 곳이 거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정까지 일한다. 자영업의 근로시간이 길어서 취업자 연간 근로자의 시간이 길게 나온다.
주 40시간제 근무를 도입할 때 법적으로는 52시간 하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법에 맹점이 약간 있었는데, 토·일요일 연장근무가 아니라고 일부가 해석하면서 편법을 썼다. 그러다가 몇 년 전에 대법원에서 주당 근로시간에 연장근로도 포함되는 것으로 판결이 나오면서 법이 오해의 여지가 있으니 법을 고쳐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다. 현재 근로시간 단축은 법적인 허점을 수정하는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 재계에서 엄살을 부리는 것이다.
지금은 사실 일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없는데, 소수가 장시간 일하는 구조로 오랫동안 유지가 되고 있다. 그런 시스템은 유지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근로시간이 줄어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시간이 법제화하면 일자리가 많이는 아니더라도 늘긴 늘 것이다.
근로시간이 줄면 생산성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우리 사회는 근로시간 관리가 철두철미하게 되지 않는다. 특히 사무직의 경우 느슨하다. 만약에 근로시간 중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고 효율화하면서 근로시간 단축한다면 생산성은 향상할 것이다.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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