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누신 "로봇 실업 걱정할 것 없어" 발언, 美언론 뭇매
"인간이 로봇의 애완동물 된다는데…", "70∼80년대 사고방식서 못 벗어나"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앞으로 50∼100년간은 인공지능(AI)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그건 아주 먼 미래의 얘기다. 너무 멀어서 내 레이더 스크린에도 잡히지 않는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말 한 "돈 워리 어바웃(Don't worry about) AI"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너무 설득력이 떨어지고, 세계 최강대국 주요 장관의 현실인식 수준을 드러낸 것이라면 한심하고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한 스타트업 중역은 "AI는 먼 미래의 공상과학 얘기에서나 나올법한 얘기이며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R-2 로봇 수준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그의 AI에 대한 인식이라면 그는 지금 1970∼1980년대에 살아가는 것과 진배없다"고 말했다.
애플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얼마 전 인터뷰에서 "내가 언젠가 로봇의 애완동물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인공지능이 자신의 가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자기 복제를 할 능력을 갖추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AI의 미래는 AI를 개발하고 있는 소프트 엔지니어들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머신러닝을 통해 스스로 진화하는 로봇에 대한 우려로 인해 사전에 적절한 법규와 사회적 장치를 만들어 놔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지난해 9월 스탠퍼드 대학 연구 보고서는 "우리 사회는 자유, 평등, 투명성과 같은 민주적 가치를 장려하고 방해하지 않는 방법으로 AI 기반 기술을 배치하는 방법을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로봇, 즉 자동화의 첨병인 실리콘 밸리 사람들조차 로봇 기술의 진화가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갈 뿐만 아니라 아예 인공지능에 인간이 모든 것을 내주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공교롭게 므누신의 발언이 나온 날 세계 최대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15년 이내에 미국에서 38%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고,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백악관 백서'를 통해 '10∼20년 이내에 9∼47%의 미국 내 일자리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그가 AI로 인한 실업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 이유"라고 지적했다.
므누신은 이날 인터뷰에서 "로봇은 매우 단순한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 뿐이며, 인간은 훈련과 교육을 통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나는 낙관적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IT 전문매체 시넷은 "교육. 그것참 좋은 얘기"라면서 "그러나 재무장관은 '인지능력과 교육성취'에서 미국인은 전 세계 40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4위이며, 최근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에서 미국인의 수학 능력은 40위, 과학 능력은 25위로 슬로베니아나 베트남, 러시아보다 못하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미국 CNBC 방송은 한때 므누신 장관이 일했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의 보고서에도 "인간이 컴퓨터에 지시하던 것에서 컴퓨터가 스스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스스로 배우는 단계로 이르게 된 도약은 산업 전반에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그의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그러나 제조업 일자리는 해외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매킨지 보고서는 지금의 기술로도 인간의 일자리 가운데 45%가 자동화로 대체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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