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CIA 기밀문서에 나타난 '부마항쟁'의 진실
경남대 지주형 교수 등 '부마항쟁의 진실을 찾아서' 출간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새롭게 발굴된 미국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의 기밀문서를 토대로 부마(釜馬)항쟁을 재조명하고 최근까지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항쟁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책이 출간됐다.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지주형 교수 등 6명은 현재까지 누적된 학계 연구 성과와 관련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부마항쟁의 핵심 쟁점을 다시 살펴보고자 최근 '부마항쟁의 진실을 찾아서'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특히 지 교수는 국내 최초로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통해 부마항쟁의 정치·사회적 의미를 분석해 시선을 끌었다.
지 교수가 살펴본 기밀문서는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미국 국립문서보관청(NARA)에서 보관 중이던 부마항쟁 자료, 다른 하나는 최근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CIA 자료 중 부마항쟁 관련 문서였다.
미국 국무부 문서에는 부마항쟁 당시 주한 미국 대사였던 글라이스틴의 항쟁에 대한 분석이 담겨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부마항쟁은 박정희 정권을 향한 정치적 투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경기침체와 양극화, 상품가격 폭등 등 경제적 요인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기도 했다.
또 학생뿐만 아니라 서민, 노동자 등 일반 시민이 참여하고 야간시위 등 전술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이전 시위와 다른 새로운 정치적 사태이기도 했다.
CIA 문서에는 부마항쟁이 서울을 포함한 다른 지역의 학생운동을 촉진하는 효과를 불러온 사실이 기술됐다.
문서에 따르면 부마항쟁 당시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만나 부마항쟁에 동참, 서울에서 언제 어떻게 시위를 벌일지 논의한 것으로 돼 있다.
여기에는 또 박정희 정권이 계엄령 확대를 염두에 두고 수도경비사령부와 보안사령부에 대비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한 사실도 기록됐다.
지 교수는 이들 문서를 봤을 때 유신 말기의 경제 실정과 불황이라는 경제적 요소가 더해져 부마항쟁이 촉발됐다고 본다.
또 서울 계엄령 선포를 위한 군부대 대비에서 보이듯 부산과 마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 단위로 확산해 박정희 정권에 상당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컸던 항쟁으로 파악한다.
지 교수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항쟁이 아니라 유신체제가 내포한 모순에 항거한 전국적 수준의 투쟁으로 부마항쟁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부마항쟁이 1980년 서울의 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나아가는 동력이었으며 이는 1987년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고 결론 내린다.
이 책의 공저자인 경남대학교 박물관 박영주 비상임연구원은 부마항쟁 당시 마산지역을 중심으로 위수령 발동 전 군 투입 문제, 항쟁 현장에서 '사제총기'가 발견되었다는 경찰 주장과 시위 참가자에 대한 조작 의혹 등을 살펴봤다.
서강국제한국선도센터 전재호 상임연구원은 유신체제와 부마항쟁의 관계를, 부산대학교 사학과 김선미 강사는 부마항쟁 당시 부산의 항쟁 전개과정과 인명피해 현황을 연구했다.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이은진 교수는 항쟁 당시 부산에 발령된 계엄령의 법적 정당성을, 동아대학교 사학과 홍순권 교수는 부마항쟁 진상규명의 현황과 이에 대한 평가를 종합했다.
부마항쟁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에 맞서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부산과 경남 마산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부산에 계엄령, 마산에 위수령을 발동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유신정권을 무너뜨린 결정적 계기로 평가되며 훗날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6월 항쟁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영주 연구원은 "아직 제대로 드러난 적 없는 부마항쟁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최근 연구까지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이라며 "이번 책 출간을 바탕으로 부마항쟁의 모든 역사적 사실을 집대성하는 '부마항쟁사'를 집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서출판 선인. 371쪽. 3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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