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메이 총리 런던테러에 사태파악 우선…성명발표는 나중

입력 2017-03-24 16:46
'잠수함' 메이 총리 런던테러에 사태파악 우선…성명발표는 나중

폴리티코 " 전임자들과 다른 위기관리 방식" 주목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자신의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위기인 '런던테러'에 대해 이전 총리들과는 확연히 다른 '잠수함식' 위기관리 방식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테러와 같은 주요 위기 발생 시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정치 지도자들이 서둘러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과는 달리 메이 총리실은 테러 발생 4시간 만에야 메시지를 발표해 이전 총리들과는 큰 대조를 보였다.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그리고 메이 총리가 내무장관으로 재직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당시와는 아주 다른 스타일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3일 메이 총리의 이러한 위기관리를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일단 피해 물속에서 암중모색하다 뒤늦게 수면으로 부상하는' 특유의 잠수함식 스타일에 비유했다. 그리고 이미 내무장관 시절부터 '잠수함 메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런던 시내 복판인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부근 거리에서 차량 테러가 발생한 것은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 40분경. 그러나 총리실로부터 테러 사건에 대한 두 줄 짜리 이메일이 정치담당 기자들에게 전달된 것은 4시간 후인 오후 6시 43분 경이었다.

그리고 2차 반응이 나온 것은 이로부터 또다시 2시간이 지난 후였다.

메이 총리는 메시지 발표에 앞서, 사건 발생 3시간 후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와 통화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등과도 통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당시 의사당에 있던 메이 총리는 급히 뒷길로 빠져나와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로 돌아왔으며 밀실에서 일단 사태 파악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메이 총리가 사태를 계속 파악,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태에 궁금해하는 국민에 무엇보다 신속한 소식을 전달해야 하는 시대조류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오후 6시경 메이 총리는 방탄 재규어 승용차편으로 버킹엄궁으로 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왕에게 수요일 정례 브리핑을 했으며 이어 주요 각료들이 참석하는 비상 각의를 소집했다.

메이 총리는 앞서 지난 1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히는 연설에서 자신의 직책은 "일일 속보판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고 언명한 바 있으며 이번에도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메이 총리의 주요 위기 사태에 대한 차분한 대응은 그러나 정계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상당수는 오히려 메이 총리의 과묵함을 강력함의 원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그녀(메이 총리)의 본능은 우선 직책에 충실하고 사실은 스스로 밝혀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보수당 소속 각료는 메이 총리가 자동반응식 대응을 보이지 않은 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총리는 지도자이지 논평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에서는 메이 총리가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 비견되면서 향후 10년간 영국을 이끌 역량을 지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