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양파·무·과일로 '건강한 단맛' 즐기자

입력 2017-03-25 08:00
[건강이 최고] 양파·무·과일로 '건강한 단맛' 즐기자

가공식품 당류섭취 줄이고, 식사는 '채소 반찬' 곁들여야

빵·과자·아이스크림은 주 1~2회 미만 섭취 바람직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18세기만 해도 설탕은 부자들만 먹을 수 있는 사치품이었다. 그래서 자물쇠가 달린 '설탕 보관함'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설탕은 이제 가장 저렴한 감미료 중 하나가 됐다.

단맛은 우리의 뇌에서 여러 호르몬을 분비한다. 행복감과 긴장완화 등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 순간적인 쾌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도파민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다는 충동이 반복되면 단 음식을 찾는 습관이 생긴다. 심하면 '설탕 중독'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만큼 단맛과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만다.



설탕의 주성분은 과당과 포도당이다. 이중 과당은 천연 과일에 많이 함유돼 있지만, 단맛이 특징인 청량음료와 가공식품에도 많이 들어간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 약학대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심장-순환생리학'(Heart and Circulatory Physiology) 1월호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포도당과 과당을 비교했을 때 과당이 포도당보다 대사와 혈관기능, 간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쥐 실험 결과, 과당을 먹인 그룹은 중성지방이 크게 늘고 간이 부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성지방 증가는 고지혈증으로 이어지고 간의 지방 연소량 감소는 지방간의 위험요인이 된다. 또 과당 그룹은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대동맥의 이완 기능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과당이 일반적인 대사과정과 달리 식욕 억제가 잘 안 돼 과다 섭취로 이어지기 때문으로 본다. 식사 후 혈당이 올라가면 식욕 중추의 신호로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과당은 예외인 셈이다. 과당은 또 체내에서 지방합성을 촉진해 내장지방량을 늘리기도 한다.

음료 및 가공식품 등에 포함된 과당을 매일 25g 섭취했을 때 췌장암 발생 위험이 22%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 의대 연구팀은 최근 산모가 섭취한 과당이 모유에 섞여 모유를 먹는 아기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당류의 과잉섭취가 건강에 큰 문제가 되면서 세계 각국은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에 첨가당 섭취 권고량을 하루 섭취 열량의 5%에 못 미치는 하루 25g 미만으로 정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당류 첨가음료에 '당이 첨가된 음료는 비만, 당뇨병, 충치를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구를 표시토록 했다.



또 멕시코, 프랑스는 '설탕세'라는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영국도 2018년부터 이를 도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우유 제외)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루에 총 2천㎉를 섭취하는 성인이라면 당류 섭취 기준치는 200㎉가 된다. 이를 당으로 환산하면 50g인데, 무게가 3g인 각설탕 16.7개 수준이다.

한국의 기준치가 WHO 권고량보다는 많지만 일상생활에서 이를 지키는 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리가 하루 세끼 반찬이 골고루 곁들여진 식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반찬으로 섭취하는 당류의 양이 약 20g 안팎인데, 여기에 당류가 포함된 음료나 가공식품을 1회라도 섭취하면 WHO는 물론이고 정부의 권고치를 훌쩍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임상영양파트 김영란 영양사는 "건강을 위해서는 자신이 즐겨 먹는 식품의 당류 함량을 제대로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하루 섭취량을 조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 당류 섭취 줄이기 생활수칙

▲ 당분이 포함된 음료는 가능한 한 마시지 않는다. 믹스커피보다는 아메리카노를, 과일주스나 즙보다는 생과일을 먹는 게 낫다. 발효유는 당 첨가량이 적은 것을 선택하고 매실 등의 과일 엑기스는 설탕 대용 양념으로만 사용한다.

▲ 조리 시 설탕, 올리고당, 꿀, 물엿 등의 사용량을 줄여 덜 달게 먹는 식습관을 실천한다. 양념을 줄이고 음식을 꼭꼭 씹어 먹으면 자연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당류 대신에 양파를 오래 볶거나 끓여 단맛을 대신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기를 재우거나 생선을 조릴 때 과일이나 무를 갈아 넣으면 건강한 단맛을 낼 수 있다.

▲ 외식 메뉴는 분식류, 덮밥, 면류 등의 별미식보다 채소 반찬이 곁들여진 메뉴를 선택한다.

▲ 빵, 과자류, 아이스크림, 초콜릿, 사탕류 등의 간식 섭취는 주 1~2회 미만으로 줄인다.

▲ 식품 구매 시 영양성분표의 당류 함량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인다.

(도움말 : 서울대병원 임상영양파트)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