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레닌·마오쩌둥…홍콩서 열린 '死者들의 정상회담'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레닌, 마오쩌둥, 호찌민, 김일성, 그리고 피델 카스트로가 자본주의 중심지 홍콩에서 모였다. '사자(死者)들의 정상회담'을 위해서.
한 세대를 풍미했던 공산주의 지도자들이 21일부터 열린 제5회 '아트 바젤 홍콩'에 등장했다. 이들은 34개국 242개 갤러리가 참가한 아시아 최대의 미술품 장터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바로 중국계 미술가 선샤오밍의 작품 '정상회담(summit)'이다.
아크릴과 실리카젤로 만들어졌지만, 마치 실제 지도자들의 시신을 보는 듯하다. 미술팬들은 호기심에 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댄다. 피지에서 온 학생 티어난 브린(18)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카스트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리관 속에 누워 있다. 작품이 만들어질 당시 살아있던 카스트로는 병원 침대에서 임종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모두 살아있을 적 즐겨 입던 제복을 입고 있다.
작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부유한 나라들의 모임인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풍자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G8은 금융위기 당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 '죽은' 회의체로 전락했다.
이 작품은 이들 지도자들의 점부터 머리카락까지 집중적으로 연구한 7∼8명의 장인이 6개월 동안 매달려 만들었다고 한다.
중국의 지도자였던 마오쩌둥의 시신을 만들었기에 이 작품을 전시하기까지 당국과 힘든 싸움을 벌여야 했다. 주최 측은 이 작품을 전시한 것 자체가 홍콩에 아직 자유가 살아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작품은 다름 아닌 베이징에서 만들어졌다.
작가는 "다양한 나라, 다양한 문화적 배경,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공산주의에 대해 그들 나름의 해석을 할 것"이라며 장난스럽게 카스트로의 손에 아이폰을 쥐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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