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저녁이 있는 삶'…530만명, 주 54시간 이상 일한다
지난해 기준 전체 취업자 5명 중 1명 꼴…평균은 43시간
정치권, '청년실업 해법'으로 근로시간 단축 추진…재계 협조·행정력 뒷받침 관건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국내 취업자 5명 중 1명은 1주일에 평균 54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530만 명이 넘는 취업자가 여전히 '저녁이 있는 삶'과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이 청년실업 해법 등을 이유로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재계에서 반발하고 있어 행정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43시간으로 전년(43.6시간) 대비 0.6시간 줄었다.
우리나라 취업자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1990년대까지 50시간을 넘다가 2002년(49.8시간) 처음으로 40시간대로 떨어졌다.
이후 2004년 48.7시간, 2008년 46시간, 2012년 44.6시간 등으로 전반적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42.7시간이었다. 2월에도 42.8시간 등으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1년이 52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취업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천200시간이 넘는 셈이어서 여전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매달 15일이 속해있는 주의 실제 취업시간을 토대로 계산한다. 공휴일 등의 변수가 제외돼 실제 취업시간은 이보다 적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 2천113시간이다.
지난해 취업자를 취업시간대별로 살펴보면 36시간 미만은 전체의 17.1%인 447만8천명에 불과했다. 일시휴직자 등을 제외한 전체의 81.4%인 2천134만6천명은 36시간 이상 노동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법정 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넘게 일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았다.
취업시간이 주 45∼53시간인 이들이 전체 취업자 4명 중 1명 꼴인 663만4천명(25.3%)이었고, 54시간 이상 일한 이들도 530만7천명(20.2%)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는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이 평균 46.8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생산현장이 많은 광공업과 제조업이 각각 45시간으로 뒤를 이었다.
전기·운수·통신·금융은 44.7시간, 사회간접자본 및 기타서비스업은 42.9시간이었고, 건설업은 42.4시간으로 집계됐다.
공무원 등이 포함된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는 40시간으로 비교적 근로시간이 짧았고, 농업·임업 및 어업은 계절에 따라 노동시간이 들쭉날쭉한 탓에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36.3시간에 그쳤다.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사람들은 언제 노동시장에서 퇴출될지 모르기 때문에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일을 많이 한다"며 "주 5일제가 2013년 전면 적용되면서 지나친 장시간 근로는 줄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장시간 노동이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을 저해하고 있는데 주7일 근로시간을 52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법이 시행되면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며 "다만 근로감독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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