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 33주년…"차디찬 세월호 바다서 돌아와줘 고마워요"

입력 2017-03-24 14:53
수정 2017-03-24 23:09
결혼기념일 33주년…"차디찬 세월호 바다서 돌아와줘 고마워요"

양승진 교사 아내 열쇠고리·휴대전화에 남편 사진 고이 간직

"23일 물 위로 오른 세월호 보며 남편 만난 것처럼 기뻐"

(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고마워. 돌아와 줘 고미워요. 차디찬 바다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 당신도 나도 조금만 더 참고 꼭 만나요."



해가 저물어가던 지난 23일 오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탄 배에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가 추가로 도착했다.

유씨는 가족들과 인사를 마치자마자 등에 멘 배낭도 내려놓지 않은 채 배에서 가장 높은 갑판 위로 올라갔다.

인양 현장이 기대만큼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망원렌즈화면을 통해 세월호 선체 윗부분을 확인한 유씨의 얼굴에는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

3년 만에 세월호가 물 위로 첫 모습을 드러낸 지난 23일은 양승진 교사와 유씨의 33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유씨는 지난 23일 딸이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인 오늘 아빠가 계시는 세월호가 올라오네요. 아빠가 곧 오시려나 봐요'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를 받고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안산에서 사고 해역으로 내려왔다.



애초 거동이 불편한 80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있어 세월호를 들어 올려 목포신항에 거치시킨 후 목포로 내려가 수색작업을 지켜보려 했지만 막상 남편이 있을 선체를 TV로 보고나니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애타는 마음을 눈치챈 80대 노모도 "나는 괜찮다"며 딸의 등을 떠밀었다.

꼭 결혼기념일에 남편이 돌아온 것만 같아 기쁜 마음으로 한달음에 사고현장까지 왔지만 늦은 밤 인양 과정에서 변수가 생겼단 소식을 접하고는 또다시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변수를 제때 해결하지 못해 인양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까, 혹시나 그 과정에서 유실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유씨는 이날 아침 다행히 절단작업을 잘 마쳤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다시 한숨을 돌렸다.

배에 도착한 지 하루가 지나 처음으로 배낭을 열어 남편의 사진이 걸린 열쇠고리를 꺼내 한참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어 세월호 선체를 목표치인 수면 위 13m까지 들어 올려 잭킹바지와 연결하는 작업까지 잘 마쳤고 오후 2시∼2시 30분께 반잠수식선박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고 유씨는 손뼉을 치며 기뻐하며 또다시 갑판 위로 나가 남편이 있는 세월호를 바라봤다.

유씨는 "여기 와서도 희망과 절망이 반복되는 가슴을 조이는 고통이 반복됐지만 내려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며 "인양을 잘 마무리되고 9명 모두 가족을 찾아 집에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함께 기도해달라"고 힘차게 말했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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