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름' 계기로 본 구름…'국제구름도감' 30년만에 개정
WMO, 사상 첫 디지털 온라인판 내며 새 구름 유형 11개 추가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1천72일 만에야 세월호 인양작업이 시작된 22일 강원도 원주 일대에서 세월호 희생자 추모 '노란 리본'과 같은 모양의 구름이 나타나 많은 사람이 놀라워하며 '희생자들이 하늘에서 보낸 메시지 아니냐'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 구름에 대해 "두께가 얇은 형태의 새털구름(권운 卷雲)일 수 있다며 "보통 수증기가 많은 날 높은 하늘에서, 바람이 불어 기온이 낮아지면서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권운은 바람 방향에 따라 휘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리본 형태를 띨 정도로 한 바퀴 이상 꺾인 경우는 매우 특이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인류역사에서 구름은 자연현상을 보고 상황을 판단·예측하는 과학적 사고에도 활용됐으나 인간의 영감을 자극해 각종 예술 작품으로도 나타났으며, '하늘의 뜻'과 '민심'을 대변하는 것으로도 해석됐다.
현대 과학자들은 구름에 대해 물의 순환과정이자 태양광을 막거나 복사열을 보존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구 에너지 균형과 기후 및 기상 조절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구름 연구 결과는 날씨와 기후, 항공 및 선박 운항, 천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3일 세계기상의 날을 맞아 '국제구름도감'(International Cloud Atlas) 개정판을 발표했다.
1896년 처음 나온 이 도감은 구름의 종류에 관한 일종의 '성경'이다. 1987년 마지막 개정 이후 30년 만에 이뤄진 이번 개정판엔 11개의 구름 유형이 추가됐다.
무엇보다 최초로 디지털 온라인판으로 만들어 WMO 홈페이지의 관련 웹(https://www.wmocloudatlas.org/home.html)에서 다양한 구름 종류와 설명 등을 담은 글은 물론 동영상(https://www.wmocloudatlas.org/video/Cloud_Atlas_V3.webm)과 사진으로누구나 볼 수 있다.
새로 추가된 구름 중 하나는 '두루마리 구름'(roll cloud)이라고도 하는 '볼루투스'(Volutus)다. 볼루투스는 라틴어로 회전한다는 뜻이며, 수평축을 중심으로 천천히 도는 원통모양의 구름을 말한다.
또 하나는 물결 모양의 구름인 '아스페리타스'(Asperitas)다. 라틴어로 '거칠다'는 뜻을 지닌 이 구름은 영국 '구름평가협회'(CAS)의 설립자 개빈 프리터-피니가 2009년 새 형태로 분류하자고 제안한 뒤 CAS회원들이 캠페인과 로비를 벌였다.
오늘날 새 구름의 발견과 분류에는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스마트폰 등으로 영상을 찍어 올리고, 관심와 열정을 쏟는 이른바 '시민과학'(civil science)의 덕택이 크다.
WMO의 새 구름 채택과 분류는 형태와 구조, 배열과 투명도, 밝기, 온도, 높이, 부가적인 모양. 기온이나 기상에 주는 의미 등을 세세하게 따져 이뤄진다.
라틴어 이름을 붙이는 분류체계는 1803년 영국 화학자이자 아마추어 기상학자 류크 하워드가 만든 것이다. 일반적 외양을 표시하는 속(屬)에서 시작, 모양과 내부 구조에 따라 종(種), 경우에 따라 그 이하의 변종 또는 아종(亞種)으로도 나뉜다.
18세기에 칼 폰 린네가 고안한 생물 분류체계와 유사하지만 구름 유형은 100여 개에 불과해 엄청난 생물 종에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
'세월호 리본 구름'이 '국제구름도감'에 새로운 구름으로 등재될 수는 없어도 한국민들의 마음속엔 무엇보다 특별한 뜻을 지닌 구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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