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국외 유출 범죄수익 환수액 피해자들에 첫 반환
한미 공조로 다단계 피해액 9억8천만원 10년 만에 691명에게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검찰이 미국과 끈질긴 사법공조를 통해 국외로 유출된 다단계 범죄 피해액을 환수해 10년 만에 피해자들에게 돌려줬다.
검찰이 국외 환수 범죄수익을 피해자에게 반환한 것은 역사상 첫 사례로 향후 수사기관의 피해자 보호정책 수립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권순철 부장검사)은 다단계 사기범 곽모(48·수감)씨의 범죄수익 약 9억8천만원이 피해자 691명에게 배분됐다고 24일 밝혔다.
곽씨는 2007년∼2008년 가짜 외환 투자회사를 차리고 수익을 나눠주겠다고 속이는 등 1만여명에게 2천580억원을 받아 챙겼다.
또 편취 금액 중 19억6천만원을 미국으로 빼돌려 부인 명의로 캘리포니아주의 빌라를 사는 등 사기 및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징역 9년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2010년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지부에 해당 빌라의 몰수를 요청했으며 미 당국은 2013년 몰수를 완료하고 96만5천 달러(약 11억원)에 공매했다.
미 법무부는 대검의 범죄수익 환수 공조 요구에 따라 지난해 9월 이 돈에서 절차 비용 등을 뺀 89만8천 달러(약 9억8천만 원)를 한국에 반환키로 했다.
대검은 올해 1월 20일까지 검사·수사관 15명으로 환부지원팀을 꾸려 피해자 1천800여 명을 상담·심사해 이 중 691명의 피해 내역을 확인했다.
명단을 받은 미 법무부는 이달 23일 범죄 발생 약 10년 만에 피해자들에게 범죄피해에 비례한 환수금 배분액을 송금했다.
피해자들은 1인당 평균 140만원을 돌려받았으며 이는 피해액의 7% 수준이다. 전체 피해액에 견줘 미미하지만, 검찰의 노력이 없었으면 허공으로 사라졌을 돈이다.
대검은 피해자들이 "10년 전 사기를 당해 포기한 것을 국가가 일부나마 찾아준 것에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번 환수는 검찰이 국외 유출 범죄수익을 확보해 피해자에게 직접 반환한 최초의 사례다. 그간 환수한 범죄수익은 모두 뇌물 등으로 국고 귀속 대상이었다
특히 미국과 달리 한국은 횡령·배임죄를 제외하면 수사기관이 피해액을 확보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직접 돌려줄 법적 근거가 없어 그간 피해 회복이 더뎠다.
대검은 "외국에서 해당 국법에 따라 몰수·추징된 범죄 피해재산은 국내환수 후 곧바로 피해자에게 반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bang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