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다짐한 삼성 장원삼 "자존심 많이 상했다"
통산 114승으로 좌완 최다승…작년은 5승 그쳐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홀수해 징크스'는 왼손 투수 장원삼(34·삼성 라이온즈)을 따라다니던 달갑지 않은 꼬리표였다.
프로데뷔 이후 홀수해에 유독 안 풀렸던 장원삼인데, 뒤집어 이야기하면 짝수해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장원삼의 2016년은 이런 기록마저 피해갔다.
26경기에 등판해 78⅓이닝을 소화, 5승 8패 2홀드 평균자책점 7.01로 데뷔 후 가장 나쁜 성적을 거뒀다.
2006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짝수해에 두 자릿수 승리에 실패한 장원삼이 이를 악물었다.
FA(프리에이전트) 마지막 해인 2017년, 장원삼은 자신뿐만 아니라 팀 명예회복까지 목표로 정규시즌을 기다린다.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장원삼은 "난 올해 서른다섯 살이고, 구단에서는 당연히 스물두 살 최충연 같은 선수를 키우고 싶어한다. 그게 현재 야구계 흐름 아니겠냐"며 "여기서 지면 끝이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통산 114승으로 현역 좌완 최다승 투수인 장원삼은 지난 시즌 중반 이후에는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하는 아픔까지 겪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장원삼은 자동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갔지만, 올봄은 5선발 경쟁을 벌인 끝에야 선발진 마지막 자리를 얻었다.
장원삼은 시범경기에 두 차례 등판해 8이닝 2실점으로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고, 김한수(46) 감독은 그제야 "마지막 5선발 자리는 장원삼에게 맡기겠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아직 구위는 더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원래 장원삼은 빠른 공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투수는 아니다.
전성기에도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5㎞를 넘기 힘들었고, 대신 코너워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타자를 상대했다.
하지만 직구 구속이 시속 140㎞를 넘지 못하면서 장원삼의 수난이 시작됐다.
직구 구위가 떨어지며 슬라이더도 힘을 잃었고, 타자들은 장원삼의 실투를 기다렸다가 장타로 연결했다.
올해 시범경기 장원삼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9㎞, 그 역시 "구위를 더 올려야 한다"고 인정했다.
그에게 호재가 있다면 스트라이크존 확대다.
김풍기 KBO 심판위원장은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작년까지 스트라이크존을 좁게 본 경향이 있다. 이제 크게 보겠다"고 선언했다.
선수들은 시범경기부터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체감하고 있다.
장원삼처럼 스트라이크존 외곽을 공략하는 투수에게는 더 크게 다가온다.
장원삼은 "내가 던지고 볼이라고 생각한 걸 잡아주더라. 스트라이크존이 위로 좀 넓어졌다"고 반겼다.
올해 장원삼의 목표는 10승과 150이닝이다.
예전이었으면 어렵지 않은 목표였지만, 이제는 모든 걸 쏟아야 달성 가능한 목표가 됐다.
장원삼이 모든 걸 잊고 겨울 동안 야구에만 전념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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