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전우, 의회서 다시 만난지 얼마 안됐는데" 英의원 울먹
클래벌리 의원, 순직한 파머 경관은 "사랑스러운 친구이자 용감한 공직자"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머리를 짧게 깎은 건장한 체구의 영국 하원의원이 눈물을 가득 담은 눈망울로 울먹이면서 말을 이어갔다.
"25년 전 왕립포병 100 여단 사령부에서 처음 만났던 키스 파머 경관. 그는 강인하고 프로페셔널한 공직자였습니다."
영국 육군 소령 출신인 보수당의 제임스 클래벌리(47) 하원의원은 이날 오전 하원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의 바로 뒷줄에 앉아 총리가 의사당 테러로 숨진 클래벌리 경관의 영웅적인 행동을 얘기하는 내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의장에게 발언을 신청한 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테러범을 막다 숨진 '영웅'보다는 가까웠던 한 '친구'에 대해 얘기하는 것 같았다. 앞서 그는 파머 경관의 순직 소식을 듣고는 트위터에 "사랑스러운 친구, 파머. 가슴이 무너진다"라고 적기도 했다.
클래벌리 의원은 잠시 발언 기회를 얻어 "하원의원으로 선출된 뒤 이곳에서 그를 다시 만났을 때 무척 기뻤다"고 말하자마자 감정에 복받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메이 총리에게 "그와 다른 공직자들이 이곳에서 우리를 위해 했던 일들을 생각하며 그의 용기와 희생을 사후에 인정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부탁했고, 메이 총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2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테러로 목숨을 잃은 키스 파머(48) 경관은 의회와 영국 외무부에서 15년간 경호 업무를 수행해왔다. 경찰에 투신하기 전에는 육군 포병으로 복무했다.
영국 정부와 의회는 이날 파머 경관의 견장 번호 '933'을 기려 이날 오전 9시 33분에 1분간의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총리와 공직자, 의원들 모두 1분간 고개를 숙이고 파머 경관을 추모했다.
메이 총리는 하원 연설에서 클래벌리 경관에 대해 "한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그는 모든 면에서 영웅이었다"며 "그의 행동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의 축구팀 찰튼 애슬레틱 FC도 파머 경관이 팀의 오래된 골수팬이었다면서 그를 추모했다.
이 팀은 그가 즐겨 앉아 축구경기를 관람했던 홈경기장의 동쪽 스탠드에 붉은색과 흰색이 섞인 스카프를 내걸었다.
이날 영국 하원에서는 고(故) 파머 경관 외에 또 한 명의 '영웅적' 행위가 회자됐다.
바로 흉기에 찔려 쓰러진 파머 경관에게 달려가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던 토비아스 엘우드 하원의원(50. 외무차관 겸직)이었다.
역시 군 출신인 엘우드 의원의 행동에 대해 동료 의원들이 "영웅적이었다"고 말할 때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발끝만 쳐다볼 뿐이었다.
파머 경관을 살리려는 그의 노력은 응급구조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계속됐지만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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