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참사' 한국 축구, 빅매치 줄줄이 있는데…'위기의 계절'

입력 2017-03-24 08:45
수정 2017-03-24 09:33
'창사 참사' 한국 축구, 빅매치 줄줄이 있는데…'위기의 계절'

슈틸리케호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삐끗'…28일 시리아전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 남북대결에 U-20 월드컵도 예정

성적에 따라 한국 축구 도약-추락 분수령 될 듯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올해 한국 축구의 문을 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전에서 슈틸리케호가 참패하면서 줄줄이 예정된 여자축구와 20세 이하(U-20) 대표팀 등의 빅매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남녀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진출 명운이 걸려 있는 올해 3, 4, 5월이 한국 축구의 도약과 추락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맏형' 슈틸리케호의 출발은 좋지 않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중국과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승점 3점을 확보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 축구로서는 '창사 참사'로 부를 만하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공한증(恐韓症)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낼 만큼 중국에 강했던 만큼 축구팬들의 충격은 크다.

한국은 이번 중국 원정 직전까지 중국과 역대 A매치 상대전적에서 18승12무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한국은 허정무 감독 체제였던 2010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0-3로 지기 전까지 무려 32년간 27경기 연속 무패(16승11무) 행진을 이어왔다. 당시도 중국전 완패는 '도쿄 참사'로 불렸다.

이번 중국 원정 패배는 7년 만에 재현된 악몽이다. 역대 총 32차례의 A매치에서 2번째 패배다.

슈틸리케호의 월드컵 본선행 길도 더욱 험난해졌다.

우즈베키스탄이 시리아에 0-1로 덜미를 잡히면서 본선 출전권을 주어지는 불안한 2위를 유지했지만, 여유 있게 러시아행 티켓을 확보하겠다던 슈틸리케 감독의 계획도 틀어졌다.

반면 이란은 카타르에 1-0으로 이기면서 4승2무(승점 14)를 기록해 2위 한국(3승1무2패·승점 10)과 3위 우즈베키스탄(3승3패·승점 9)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본선 진출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한국으로서는 4위 시리아(2승2무2패·승점 8)까지 세 팀이 러시아행 직행 티켓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신세가 됐다.

오는 28일 시리아와 벌이는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 홈경기 결과에 따라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자축구 대표팀과 U-20 대표팀도 빅매치가 예정돼 있지만 전망이 썩 밝은 편은 아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다음 달 3일부터 12일까지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2018 아시안컵 최종예선에 참가한다.



여자 대표팀은 최종예선 B조에 묶인 '강호' 북한과 4월7일 2019 여자월드컵 본선 진출 길목에서 남북대결을 벌여야 한다.

2014년 여자 아시안컵에서 1~3위를 차지한 일본, 호주, 중국과 2018년 대회 개최국인 요르단이 본선에 직행한 가운데 A~D조 예선에서 각 조 1위를 차지한 팀이 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본선에 나갈 수 있다.

북한의 벽에 막힌다면 월드컵 본선행 꿈은 물거품이 된다.

윤덕여호는 이달 초 키프로스컵 국제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3위에 그친 북한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북한은 아시아의 강호인 데다 7만5천여명을 수용하는 김일성경기장에서 극성 응원까지 등에 업고 있어 윤덕여호로선 부담이 크다. 남북대결에서 패한다면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출전 꿈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U-20 대표팀도 5월20일 개막하는 U-20 월드컵에 출전한다.



그러나 본선 조 추첨에서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 축구 종가 잉글랜드, 아프리카의 복병 기니와 함께 '죽음의 A조'에 묶이면서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5일 U-20 월드컵 테스트 이벤트로 진행되는 4개국 초청대회를 앞둔 신태용호는 최근 열린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1.5군과의 연습경기에서 느슨한 조직력을 보이며 0-4로 완패했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4강 신화 재현에 도전하는 신태용호로서는 아쉬운 성적표다.

여기에 한국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K리그 4룡' FC서울, 수원 삼성, 울산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가 출전한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중국 슈퍼리그의 초강세에 밀려 서울이 탈락 위기에 몰리는 등 부진한 모습이다.

한국 축구의 총체적인 위기인 셈이다.

슈틸리케호가 오는 28일 시리아전에서 승전보를 전하며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에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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