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조약 60주년] 브렉시트로 해체 위기 속 환갑 맞은 유럽연합

입력 2017-03-24 06:00
수정 2017-03-24 10:06
[로마조약 60주년] 브렉시트로 해체 위기 속 환갑 맞은 유럽연합

'탈EU' 막고 '英 없는 새 미래' 제시해야…'다중속도 EU안' 갈등

러 위협·트럼프와 관계개선·난민 쓰나미·테러 등 난제 수두룩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결정으로 해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25일 EU 창설의 '모태'가 된 로마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이한다.



1957년 3월 25일 체결된 로마조약은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유라톰)의 창설로 이어지며 당시까지 ECSC(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기반으로 석탄·철강 분야 협력에서 시작된 '통합 유럽의 꿈'을 경제 전반으로 확대했다.

이후 ECSC, 유라톰, EEC의 3대 공동체는 1967년 이른바 '통합조약'에 의해 '유럽공동체(ECs)'가 되고 1993년 발효된 EU 창설 조약에 의해 기존 경제 분야 이외에 외교안보, 내무사법 분야로 협력이 확대돼 EU로 발전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EU는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나름 순항하는 듯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EU를 "20세기에 가장 성공한 정치프로젝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환갑을 맞이한 EU는 현재 최대 시련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U는 오는 25일 로마에서 로마조약 60주년을 기념하는 정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하지만 눈 앞에 닥친 새로운 도전들로 인해 EU는 '환갑 잔치'를 즐길 수 없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작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이후 유럽 대륙에서 커지고 있는 '탈EU 바람'을 차단하는 게 숙제다.

더욱이 이번 정상회담은 오는 29일 영국이 EU 탈퇴를 공식으로 통보하는 일정을 앞두고 열리게 된다.

이에 따라 EU는 조만간 시작될 영국와의 브렉시트 협상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EU 제국의 통합'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탈EU 원심력'을 막고 '통합의 구심력'을 확보해야 한다.

EU는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에 '탈퇴의 쓴맛'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회원국의 동요를 막아야 한다는 게 대부분 회원국의 주장이다.

다만 EU 지도부와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 15일 네덜란드 총선에서 '반(反)EU'를 내세운 극우정당 자유당(PVV)이 제2당에 그치는 등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해 극우 포퓰리즘 바람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친 데 대해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내달과 오는 5월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와 결선 투표가 예정돼 있고 탈EU를 주장하는 국민전선(NF)의 마린 르펜 후보가 여전히 위력을 보이고 있어 경계심을 늦추기엔 이른 상황이다.

로버트 슈만 센터의 브리지드 라판 국장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르펜이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EU는 '불가능한 미래'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그러나 나는 르펜이 당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EU는 '영국 없는 EU의 미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최근 27개 회원국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EU의 청사진으로 '다중속도(Multi-speed) EU안(案)'을 제시했다.

각 회원국의 사정에 따라 어떤 국가는 더 많은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도록 하고, 어떤 국가는 제한된 분야에 제한적으로 참여하도록 다층구조로 바꾸자는 것이다.

일례로 EU 내부에선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이 '유로존'을 이루고 있는 반면 나머지 회원국은 자국 통화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을 다른 분야에도 적용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 방안에 대해 EU의 핵심 주도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적극 지지하지만, 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을 소외시키는 방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도 EU에겐 당면한 도전이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전 무력개입 및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서진(西進) 정책'이 노골화하면서 유럽은 냉전 종식 이후 새로운 안보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 취임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기반으로 지난 70년간 지속해온 유럽과 미국 간 '대서양 안보 동맹'을 흔들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의 직접적 안보 위협인 러시아에 대해선 관계개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유럽의 입장에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는 '옛친구를 멀리하고 친구의 적과 손잡는' 모양새인 것이다.

유럽 국가들에 방위비 지출을 늘리라는 게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이면에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쟁 관계에 있는 유럽을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을 추켜세우고 EU 회원국의 추가 이탈을 예고하는 식으로 부추기켜 '반(反)EU 언행'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설정도 EU로선 '발등 위의 불'이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2015년 이후 매년 100만 명 훨씬 넘게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 쓰나미'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며 유럽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상화된 테러문제'도 EU 입장에선 마치 한 쪽 구멍을 막으면 다른 구멍에서 튀어나오는, '두더지잡기 게임'과 같은 난제다.

난민 문제의 경우 독일을 비롯한 일부 서유럽 국가들은 '개방 정책'이 불가피한 현실적 선택이라며 난민 수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 수용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또 다른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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