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바둑대회 참여, 판도 재밌어질 것"
바둑 국가대표 감독 목진석 9단
"딥젠고도 1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인공지능(AI)이 출전한 최초의 바둑대회 '월드바둑챔피언십'이 박정환 9단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일본 오사카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 열린 이 대회는 한국 랭킹 1위 박정환 9단, 일본 랭킹 1위 이야마 유타 9단, 중국 랭킹 2위 미위팅 9단과 일본의 바둑 인공지능 '딥젠고'가 출전했다.
각기 한 판씩 대국해 승수가 가장 많은 기사가 우승하는 방식(풀리그전)으로 진행했다.
딥젠고는 박정환 9단, 미위팅 9단에게 패하고 마지막 날 이야마 유타 9단에게 불계승을 거두며 1승 2패로 3위를 차지했다.
목표로 했던 '1승' 달성에 성공한 것이다.
딥젠고는 22일 박정환 9단을 초중반까지 압박해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다만 미위팅 9단에 이어 박정환 9단에게도 끝내기에서 무너지는 약점을 드러냈다.
대국을 지켜본 한국 바둑 국가대표 감독 목진석 9단은 "딥젠고는 상당히 강한 프로기사의 실력을 보였다"며 "끝내기 약점만 보완하면 정상급 프로기사에 근접한 실력을 갖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딥젠고는 실력으로는 알파고에 밀리지만, 1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빠른 기술 발전을 예상했다.
현재 최강 바둑 인공지능은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을 꺾은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다. 알파고는 이미 인간 최정상 기사를 넘어섰다는 게 바둑계 중론이다.
딥러닝 기술로 인간의 '직관'까지 모방한 알파고의 등장으로 바둑 인공지능의 새 장이 열렸다.
목 9단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참가하는 대회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인공지능과 인간이 대결하는 장기 대회가 수년 전부터 열리고 있다"며 "바둑에서는 이번이 첫 시도였는데, 앞으로 이런 대회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바둑은 국가 간 경쟁 구도였는데, 여기에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까지 더해져 판도가 재밌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목 9단은 "승부로는 인간이 인공지능에 패할 수 있다. 그러나 바둑의 새 지평을 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인공지능의 대회 참여를 반겼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의 바둑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 바둑 기사들도 얻는 점이 있다.
목 9단은 "알파고의 기보는 가장 좋은 공부 자료"라며 "잘 안 두던 수, 상식을 깨는 수로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기사들의 시야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딥젠고의 대국을 보면서도 "생각하기 힘든 수를 일리 있는 작전으로 연결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둘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알파고 쇼크' 이후 파격적인 수를 선보이는 프로기사들이 늘었다고 목 9단은 귀띔했다.
목 9단은 "국가대표팀에서 따로 인공지능 대국을 준비하지는 않지만, 각자가 알파고 기보를 보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 바둑으로 많은 것이 달라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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